아버지가 내 일을 전폭적으로 도와주시는건 무쟈게 좋은데, 하시면서 당신의 의견을 첨가하신다. 장꽝에 송화가루가 앉았는데 아침나절 소나기 후두둑하니 그 몰골이 어떻겠는가. 며칠 전 바짓가랭이 다 적셔가며 들통에 물 들어 날라 장꽝에 장독들을 깨깟이 닦아 주었는데 담날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송화가루가 소복소복 앉았다. 뒤안 없는 도시에 살다가 우리집에 오신 아버지는 집 한 채 들여 앉혀도 될 만한 공간의 뒤안을 몹시 좋아하셨다. 아침마다 일어나 떨어진 풋살구를 쓸어 놓고 새밋간 난간에 걸터 앉아 감나무잎사구에 점점 볕이 줄어 드는 이끼 낀 보도블록 바닥을 지긋이 바라보는 것도 새로운 재미일 것이다. 풋살구가 마고자 단추만하게 크면 감꽃이 소복히 떨어지고, 아버지는 그 때부터는 살구보다 감꽃을 더 많으쓸으실게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그게 아니다. 얼룩덜룩한 장꽝 꼬라지를 아버님은 그냥 보아넘기지 못한다. 볼 때마다 긴 호스가 있으면 내가 씻을 수 있는데..하신다. 송화가루 시즌이 끝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나와, 그걸 기다리는 못하는 아버지 사이에 미묘한 무엇이 흐른다.
어젯밤
빗방울 떨어지는데 나가서 기어이 장꽝을 씻고 만다
한 아름도 더 되는 오짓독에 앞섶 다 젖도록 끌어 안고 장꽝을 싸악 씻어 낸다
저녁 먹다가 고스방이 내다보며 다 늦은 저녁에 그걸 말라꼬 씻어 쌌노 한다.
그러게요...말라꼬 씻을까아아아아아아아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