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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막생활

황금횃대 2011. 9. 2. 21:09

작년부터 짓기 시작한 동네 시사답 포도밭

봄부터 포도의 처음 일이 시작되고 이제 따는 일까지 오롯 혼자의 판단과 노동으로 농사가 지어진다

허기사 오롯 내 혼자의 노동으로 그 농사를 다 지었겠는가?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친정 아버지다.

거름은 상민이와 같이 했고, 포도 비닐 까는 일은 아버지와 친정 큰동생이 와서 도와줘 하루만에 일을 끝냈다

순 지르는 일은 동호회 회원들이 두 팀으로 나눠 급한 일손을 도왔고, 봉지 싸는 일은 내가 일부 품앗이를 하고 일부는 놉을 얻어서 쌌다.

그렇게 지은 포도 농사를 올해는 밭뙈기로 넘기지 않고 내가 직접 딴다.

처음 하루는 기대감과 아울러 그 궂은 날씨 속에서도 익어 있는 포도가 신기해서 힘든 줄도 몰랐는데, 그 일도 며칠 째 계속되고 있으니 실실 포도 냄새가 나려한다.

그제는 포도를 따고 작업하기 위해 쳐 놓은 천막 밑에까지 열 개정도의 콘티박스를 옮기고 나니 일이 덧정이 없다

엉금엉금 기다시피 빤때기 위에 드러 누워 등때기를 일자로 쭉 펴본다. 척추 마디마디가 우두두둑 소리를 내며 엉치뼈 부근에선 딱, 소릴 낸다

엎어진  김에 쉬어 간다고 그자리에 큰 대자로 누워서 잠시 꿀잠을 잤다.

열평이 좀 넘을라나? 천막 안이.

박스를 재어 놓고, 포도 따 담은 콘티상자를 재어 놓고, 커피에 주전자에 매일 한 가지씩 늘어가는 살림 살이.

붙박이 삶들이 유목민의 삶을 서글퍼 하지만, 기실 그렇게 꾸려놓은 천막 안에 들어가면 낮은 천장이 그렇게 아늑할 수가 없다.

일을 마치고 지지부리한 것들을 빗자루로 쓸어내면 내 한 몸 누울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거기에 잠시 누웠으면 고치 속에 들어 앉은 뻔데기마냥 평화롭다.  아직 집과 천막을 왓다갔다하는  두 집 살림이지만 이 일도 끝이 있겠지

따북따북 추석은 다가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