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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함없는 일상

황금횃대 2011. 9. 15. 21:12

1. 그래, 고서방...뭐든 자꾸하면 늘어

 

포도일 때문에 바빠서 호닥거리는 나를 보며 고스방은 많이 관대해졌다. 더군다나 아버님이 가마골 밭에라도 가시면 나는 포도 작업을 하다가도 집으로 와서 점심을 싸들고 아버님 계신 밭에 점심을 갖다 드리러 간다. 아버님은 바쁜 일에 고추 따는 일이라도 거들어 주신다고 구순의 연세에도 땡뼡 아래서 고추를 따신다. 땀을 철철 흘리며. 나중에 내가 딴다고 무리하지 마시라해도 저녁까지 고추를 이틀이나 따셨다. 이리저리 뛰어 댕기다 아침에 일어 나려면 몸이 무겁기가 말로 다 못한다. 허리를 비비적거리며 겨우 일어나 앉았으면 부지런한 고스방은 어느 새 일어나 씻고 밥을 차린다. 밥솥에 밥이 조금 밖에 없으면 이제 밥도 앉혀 놓는다. 세상에..살다살다 이런 날이 올 줄 그 누가 알았겠는가.

밥도 그냥 흰쌀만 하는게 아니고 좁쌀과 서리태콩 뽀사놓은 것을 한 오큼씩 섞어서 밥을 앉힌다. 전기압력밥솥, 그거 참 잘 나왔지.

고스방의 케시백 마일리지로 산 압력밥솥을 손수 작동해 보는 일에 고스방은 재미를 느꼈나보다. 낮에 점심 먹으러 들어와 혼자 밥 차려 먹고는 저녁 밥이 모질랄것 같다며 또 밥을 앉혀놓고 왔단다. 해질 무렵 바나나 우유와 김탁구 단팥빵을 새참으로 사들고 와서 저녁밥 앉혀 놓고 왔다고 은근히 자랑한다. "아이쿠 고마와요"나는 포도밭이 떠나가도록 인사를 한다.

(속으로는 이렇게 얘기한다. 거봐 당신도 밥 할 줄 알잖아 어려울거 없지? 그라고 자꾸 하면 실력이 쭉쭉 늘어요~)

 

 

2.

아버님 점심을 고추밭으로 갖다 드리고 나는 작업한 포도상자를 농협 집하장으로 갖다 줘야하기 때문에 정신없이 밭으로 달렸다. 하루에도 몇 번을 농로길을 따라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데 오가는 길 옆으로는 이제 고개를 숙이고 익어가는 벼들의 찬란한 황금 반란이 시작되었다.

후두둑 논으로 뛰어 들어가는 메뚜기 무리들이 분숫대 물 튀기듯 분주하다, 포도를 보내놓고 오징어짬뽕 컵라면에 물을 부어 놓고는 박스를 접는다. 밥 한 덩이, 김치 몇 조각 싸가지고 가서 라면 국물하고 밥을 먹는데 ...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