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팔월 중순쯤에 [가난한 통장을 후벼파서 혼불 전권을 구입했다..}로 시작되는 혼불 읽기
어젯 밤 끝이 났다. 장장 일년 하고도 넉달 반이 걸렸다. 그 동안 책을 들고 시르륵 잠들어 버린 것이 몇 번이던가
어제 밤, 10권 끄트머리, 효원이 작은어머니인 오류골댁 손을 잡고 강실이에 대한 사죄를 속으로 하면서 뜨거운 눈물을 쏟는 것으로 대장정이 끝났다. 책을 덮으며 효원이 흘린 눈물인지 내 눈물인지 눈꼬리를 타고 흐르는 액체를 고스방앞에서 모르게 닦는다.
설거지 끝내고 찬 손을 구둘목에 쑤셔 넣는데 아들놈 전화가 왔다.
"어이, 웬일이야 전화를 다 하고"
"추운데 밖에 나왔어"
"왜?"
"휴가 간다구"
"그래?"
"맛있는거 해놔 엄마.."
"머가 먹고 잡냐?"
"꽃게탕!"
"그래, 내가 그거 끓여 놓을테니 어여와라 내새끼"
사람의 역사는 서로의 훈기로 꽃을 피우나니
그대들,
오늘 그대들 옆에 훈기로 피어나는 꽃봉오리가 어디어디에 있는지
눙깔 붉시고 찾아 보시라.
깊어 가는 겨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