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경로당 실무시 가서 이야기끝에 내일 두부를 해먹자~ 하고 결론을 지었다.
노총각 동하네 어무이하고 김천아주마이하고 나, 이렇게 셋이서 하자 콩은 내가 낼테니.
작년에 콩농사 지어 한 서말은 했나? 간장과 된장이 많아서 메주를 끓이지 않았으니 올해 콩은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동하 어무이가 그럼 나도 한 되 보탤까? 하고 물어보기에 그러시라고 했더니 그 자리에서 콩 한되를 떠서 왔다.
저녁에 집에 와서는 우리집 콩 서되 가웃 보태서 들통에 두 들통 담궈 놓았더니 밤새 콩이 통통 불어있다.
요가 가야하는데 거기도 안 가고 콩을 외발구르마에 싣고 방앳간에 갈러 나가니 분도고모가 떡쌀을 가지고 가래떡 빼러 간다고 경운기를 탱탱탱 타고 나간다. 거기 화물칸에 들통 두 개를 실어주고 회관 가마솥에 불 지펴놓고 기다렸더니
두부를 갈아서 왔다. 끓는 물에 두부를 바가지로 떠넣고 불을 더 지핀다. 뭉글뭉글 끓어 오르는 콩물.
한참을 매매 끓여서 자루에 퍼 넣어 껍데기를 걸러 낸다. 뽀야 시야지 자루에서 땀 나듯 콩물이 뽀족뾰족 나온다.
저기 무어냐. 오매물망 곰돌님이 노래하는 콩국이 아니더냐. 도시 촌놈들이야 콩국 이런거 좋아하지만 촌사람들은
그런거 안 묵는다. 걸러낸 콩물을 솥에 다시 붓고는 간수를 질러 놓으면 그야말로 콩엑기스만 몽글몽글 뭉친다.
그걸 바가지로 퍼서 냉면기에 한 그릇씩 퍼서 양념간장 살살 떠부어 숟가락으로 떠먹는다.
농사지은 콩으로 그렇게 뜨끈한 숫두부 한 그릇 퍼먹으면 일년 보신 한 번에 한게 된다.
두부판에다 어린 콩물을 퍼부어 뚜껑으로 눌러 숫물 받은 양동이를 올려 놓으면 맛있는 손두부가 된다. 그게
이거닷!
예전에 시엄니 살아계실 때, 설이 가까와지면 두부와 메밀묵을 만들었다.
두부를 만들자면 내가 주체적으로 하는게 아니라 뒷심부름과 설거지를 맡아 놓고 하는것이라 썩 내키지가 않았다. 하면서 엄니 잔소리는 또 오죽한가.
그래 그 일을 하자면 입이 댓발이 나와서 따뱅이 다섯개쯤은 거뜬하게 걸 정도로 주뎅이가 튀어나오는데 이렇게 내 스스로 결정해서 하는 일은 그리 힘들지도 않다. 시엄니와 며느리는 정말 어떻게 안 되는 사이인가? ㅋㅋㅋ
콩 한 되 곁들여 넣은 집 동하 어무이한테도 두부모를 담아주고 거들어준 김천 아주마이한테도 한 모 드리고 간수를 건네준 종기 할무이한테도 한 모 주구...들통에 새 물을 맏아 두부모를 차근차근 담아 집으로 가져오니, 두부하는데 눙깔도 안 흘긴 고스방도 스님한테 드릴게 있냐....하며 꼽사리끼고 작은집에도 좀 줘야지 하고 즈그 동생도 챙기고...
내참, 나는 아침 내도록 뒷다리가 후들거리도록 종종걸음을 치며 맹글었건만.
그러나...이걸 뭐 혼자 다 먹냐. 두루두루 나눠먹는게지
비닐팩을 가져와 한 모, 혹은 두 모씩 나눠 담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