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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두꽃 오시는데

황금횃대 2012. 4. 12. 18:15

 

 

 

내가 고스방하고 선봤을 때,

남정네는 즈그집에 자두밭이 있다고 자랑했습니다.

똥꼬 찌저지게 가난했던 우리집을 배경으로 내가상업고등학교 댕길 때

적십자동호회 회원들과 여름되면 경산 자두밭에 놀러 갔더랬지요

대구공고 머슴아들하고 단체로 가서 자두 한 양동이 따와 같이 먹을 때

베어 무는 자두맛이 평생 그렇게 새콤달콤 할 줄 알았지요

자랑에 혹해 농사에 농자도 모르던 내가 덜컥 촌으로 선본지 한달 열여드래만에

시집을 왔습니다.

진눈개비 내리던 정월달 스무이튿날에도 나는 나는 몰랐지라

스방 생일날 생일상 차려주고 자두나무 전지한거 주워내러 갔다가

앞섶이 흥건하도록 울었습네다

그러면서 나는 자두농사 전문가가 되어갑니다

해가 더해감에 나는 전지한 가지를 끌어 모아 나뭇단도 척척 묶어냅니다.

한 손에 조선낫을 들고

입에는 노끈을 물고

무르팍으로 나뭇단을 슬까르며 키만한 나뭇단을 묶어냅니다

 

여름에 자두를 따러 열 다섯자짜리 사다리도 올라 갑니다

열 다섯자 사다리 우에 올라가서 밭을 내려다보면 까마득합니다.

폭풍 땀방울을 흘리며 한 해 여름 자두를 따고 나면

내 몸은 홀쪽하게 줄어 들었세요

그 때부턴 자두맛이 하냥 새콤달콤하들 않았세요.

 

해마다 이맘때쯤이면 자두꽃 오십니다.

온 밭에 하얀 휘장을 두른 듯 자두꽃은 소복소복 오십니다.

이젠 자두밭이 감나무 밭으로 변해 자두꽃은 다른 집에서 봅니다.

하얀 그 꽃

다복다복 복스런 그 꽃.

옛날에는 양지쪽 밭두렁에 앉아 땅바닥에 낙서하며 자두꽃 바라볼 때 한 번씩

흐득흐득 슬프더니만

지금은 자두꽃도 없는 밭에 앉아

그 때가 흐득흐득 그리워

문득 목이 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