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아침

황금횃대 2013. 1. 10. 09:56

 

 

어제는 친정 올케까지 와서 메주콩을 골랐다. 묵은 콩 두 말, 햇콩 한 말, 이렇게 서 말 콩을 하루종일 골라서 밤새도록 세 다라이에 물 잡아 불린다. 작년 콩은 가마골 밭에서 수확했고, 올 햇콩은 포도밭에서 수확한 것이다. 묵은 밭인 가마골 밭에서 난 콩은 씨알이 굵고 새로 만든 포도밭에서 난 콩은 씨알이 자잘하다. 콩을 고르며 엄마(친정 어머니는 그냥 엄마다^^)는 몇 번이나 콩알이 이건 굵고 저건 작다며 말씀을 하신다. 난 그 때마다 그건 이짝 밭에 콩이고 저건 저짝 밭에서 난 콩이라고 설명을 한다. 친정엄마라서 몇 번이나 같은 말을 해도 그러려니 한다. 울 엄마는 십수년 전에 뇌졸증 수술을 하고 어린아이처럼 되었다. 티비 아침 연속극을 보면서 거기 나오는 사람들의 대화에 엄마도 끼어 든다. 웃기도 잘 한다. 웃기만 하나? 주인공처럼 주먹을 부르르 떨며 분노까지 같이 한다. 호응도 만점인 울 엄마의 티비시청광경이 시청률 체크에는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게 난 좀 불만이다.이런 열렬 시청자의 몫은 일반 시청률에 해당되는 수치보다 서너배는 높게 책정 되어야하는거 아닌가? ㅎ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아버지는 도라무깡 잘라 놓은 화로를 점검하신다. 뒤안 살구나무 밑에 꺼꿀백이 처박아 놓은  화로를 꺼네 먼지를 털고, 작년 감나무 잘라 갈무리 해 놓은 땔감을 끄집어 낸다. 그냥 가스불에 끓이면 된다해도 기어이 나무 때서 저걸 없애야지...하며 땔나무를 꺼내 눈을 털어 낸다. 불이 지펴지고 써늘한 뒤안 그늘에 온기가 퍼진다. 연기도 나즈막히 살구나무 아랫도리를 지나 사철 나무 가지사이로, 그리고 가죽 나무 잎눈 끝에서 머리를 풀어헤치며 하늘로 오른다. 밤새 불려놓은 콩 서 말이 가마솥에 부어지고 뒤안  수돗가는 갑자기 두부하는 날처럼 바빠졌다.

 

여전히 날은 문고리에 손가락이 쩍쩍 달라붙게 추운데도 오랜만에 뒤안은 콩 삶는 솥에서 부글부글 피어나는 김으로 인해 충북 영동군 황간면 마산리 대추나무집은 홀로 더운 김을 피어 물고 흐믓한 눈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