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방이 내게 장개 올 땐 허리 31인치에 몸무게가 육십킬로그램에서 바늘금이 쪼금 더 움직였더랬어요
이십 삼년간을 내가 얼마나 열심으로 거둬먹였던지 지금은 허리 36인치에 몸무게 팔십킬로그램이 후다닥 넘어가서 90숫자 옆까지 뛰어가 얄랑얄랑거립니다. 목욕 한 번 갔다오면 고스방의 각오는 남달라집니다.
아이고, 살을 빼야것어....
저 각오는 고스방도 하고 나도 하는 심심풀이 땅콩같은 멘트여서 말은 그리하여도 먹는 것은 둘다 밤낮을 안 가리지요
고스방의 먹거리에 대한 잘못된 인식중에 하나가 뭐냐면 고기를 먹으면 살이 찐다고 굳게 믿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남자, 고기를 싫어하냐? 천만에 말씀. 고기 며칠 안 먹으면 촌놈 병명으로다 비웃병이라해서 괜히 속이 메쓱미쓱거리고 머리가 찌끈 아픈 것이 힘이 하나도 없는 그런 병이 도진다는 것이예요. 그러면서도 말로는, 자기는 고기를 이제 별로 안 좋아한다고 누가 물으면 꼭 저렇게 대답 한다는겁니다.
근데 고스방이 고기 없으면 밥을 잘 안먹냐하면 그것도 아녀. 무말랭이무침, 깻잎 장아찌, 서리태 콩장, 멸치고추장볶음...이런 마른 반찬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한 끼 밥에 반찬이 푹푹 들어가니 정말로 짜증 지대로 납니다. 자, 고기 없어도 저렇게 잘 먹는 고스방이 자기는 고기를 지금 안 먹고 있으니 살이 안 찔거라는 믿음, 그야말로 택도 아닌 믿음을 굳게 고수한다는 거지요. 그러다 내가 먹고 싶어 오늘은 매운 등갈비찜을 쪼매했어요 어쩌나 볼라구.
나하고 아버님하고 하나 먹을 동안 자기는 세 대씩 뜯어댑니다. 밥도 안 퍼먹고 고기만 먹습니다. 젠장... 고스방 밥그륵 옆에는 빈 갈빗대가 수북합니다. 내가 일부러 눈총 준다고 빈젓가락으로 수북한 갈빗대를 날라름하게 흐적거려서 깔아놓고 눈으로 세어 보기까지 했습니다. 열 두대 먹었군요.ㅡ.ㅡ;; 저렇게 잘 먹으면서 자기는 고기 벨로 안 좋아한다고...자다가 시숙 다리 긁는 소릴합니다요. 자, 고스방이 어떤 사람인지 조금 알만한가요? ㅋㅋㅋㅋ
고스방 탐구생활은 계속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