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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들에서 가시가 올라 와

황금횃대 2013. 3. 12. 20:07

 

 

 

 

정월 보름 지나면 방구들에서 가시가 돋아 나.

가만히 앉았어도 안절부절 마음을 못 잡지

봄볕은 닭구새끼 깃털에서 분연히 붉은 기운을 털고 일어나 마당을 요란시리 배회하고

아무리 그 꼬라지 안 볼라해도 눈까지 찌르고 난리야.

 

포도나무 전지가 끝나고, 지난 해 덮어 둔 비닐멀칭을 벗겨내야 거름도 내는데

혼자는 당체 하기가 싫은겨. 니밀락 내밀락 미루고 있노라면

방구석에서 또 가시가 돋아나지 으이구..

 

낡은 체육복 웃저고리 걸치고 장갑 챙겨 모자 눌러 쓰고 밭에 가서

혼자 비닐을 벗긴다. 먼지와 바람이 날며들며 콧구멍을 드나들고

부지런한 농사꾼 밭에서는 벌써 로타리 날 돌아가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듣긴다

농사란 저렇게 남보다 앞서가는 농법으로 해야하는데

나는 맨날 마지 못해 뒤 따라가는 농법이다. 이것도 농법이냐? 하고 물으신다면 <히히, 할 말 없슴>으로 대답하련다.

 

그렇게 먼지 덮어 쓰며 비닐 멀칭 한 뙈기 벗겨 내고 앉았으니

오후 세시 반점, 포도나무가 물을 마시는가 전지한 나무 가지 끝에서 물이 뚝뚝 떨어진다.

오호, 나무가 벌컥벌컥 물 빨아 올리는 풍경을 볼 수 있는 복도 아무에게나 있는건 아니다.

 

점심 먹으러 들어온 고스방에게 택시 손님 없으면 비닐 벗겨 내러 같이 가자 했더니

하기 싫은가 미적거린다. 작년에 짓던 이장 포도밭은 내가 지어야하니 죽을똥살똥 혼자 했지만,

새로 만든 밭은 당신 포도밭이니 당신이 주도적으로 일을 해야재...하고 눙깔 내리깔고 어쩌나...보고 있으니

포도밭 만든다고 낸 빚 천 이백만원 떠 안고 상순이가 농사 지어 수익금 다 해! 이러지않는가?

물 마시다 너무 좋아서 사래들릴 뻔 했네.

콜! (마구마구 콜,콜,콜!!!!)

그럼 빚 천이백만원 받고, 내가 화물차까지 한 대 사줄께요. 됐지요?  딴 말하기 없기라요...다짐에 다짐. 옆에서 반찬 집어먹던

딸에게 보증까지 세웠따. "상민아, 들었지? 아빠가 뭐라 하셨는지... ㅋㅋㅋ"

 

포도밭 수확은 이제 내 몫이 되었다. 설거지 퍼뜩 해놓고 포도밭으로 가서 비닐을 혼자 의샤의샤 힘차게 벗겨낸다.

먼지구디가 대수냐.으흐흐흐흐

 

일년 농사 잘 지으면 이천만원 정도 떨어질려나 생산비 제하고 나믄...ㅋㅋㅋ

 

포도나무야 물 많이 마시고 어서어서 크거라...상순이 꿈이 하늘에 닿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