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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장이 왔네

황금횃대 2013. 7. 6. 21:02

 

 

유월, 슬금슬금 더워지는 틈 사이로 숨막히게 찔레가 피기 시작했다. 인동 덤불에서도 희고 노란 꽃들이 달리고, 늦고사리 꺾으러 간다는 소리도 뜸해지는 허공에 물색없이 뻐꾸기가 울어예었다. 사람 보기 그 놈의 뻐꾸기가 할 일없이 울어 쌌는다 하겠지만 저들이야 어디 그렇겠는가, 숲에서 푸드득 문득 날아오르는 장끼도 알고 보면 다~~~아 급하게 나르는 사연이 있지를. 그 사연의 자락자락을 사람들이 다 짚어내지 못하고 살아갈 뿐.

 

포도순이 자라면 정신이 없다. 순치랴 속순 따랴, 꼬꾸랑이 따주랴, 그야말로 부뚜막 주걱에게도 손, 발 붙여 주며 나하고 밭에 가서 일하자 하고 사근사근 권하고 싶은 마음이 어디 한 두번 들것냐. 그렇지만 포도밭 조성할 때 빚진거 천 이백만원 떠 안고 인수한 남편의 포도밭 천 평은 그야말로 오롯 사악한 상순여사의 소유가 된지라, 포도일이 무서워 얼결에 여편네에게 포도밭 넘겨주고 가마히 생각하니 생각할 수록 아까운 스방은 일손을 보태지 않는다. 그래 혼자 새벽에는 북치고 낮에는 장구치고 하면서 동당거리며 농사를 짓는데 저녁 어스름이 내려 더는 일 할 수 없어 터덜터덜 집으로 돌아오는 삽작,

 

열린 삽작 기둥에 달려 있는 우편함에 척보면 불륜이듯, 척 보면 세금 아니면 각종 공과금 고지서 봉투가 뻔한 우편물 사이로 어머나 놀라워라 아놀로그 글씨체, 손편지 한 통!

 

 

 

 

내자랑 같지만 난 편지를 참 잘 쓴다. ㅎㅎㅎ

문장이 주옥 같아서도 아니고 필체가 수려한 건 더더욱 아니고, 그렇다고 내용이 심오한건 아놔,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잘 쓴다. 내가 말하는 것이 아니고 내 편지 받아본 사람들은 다들 그렇게 말한다. 대개 편지를 보내면 팔할은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아는 사람도 그렇지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에게도 편지를 더러 보내는데 이번에 춘천 사시는 오금자 할머니께 보낸 편지도 그 중 하나이다. 그런데 할머니께서 답장을 보냈다. 세상에 이런 일이!

 

사람의 손글씨가 감동을 주는 시대다. 모두 타닥타닥 두드려대는 세상 속에서 지면에 연필자욱이 눌리도록 손글씨를 세심하게 써서 보낸걸 받는 기쁨이란!

난 이 기쁨을 아는 사람, 그래서 행복하다.

난 이 기쁨을 아는 사람, 그래서 가끔 편지를 써서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