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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별

황금횃대 2013. 11. 13. 09:17

 

 

그 곱던 단풍잎도 빛을 달리하며 땅으로 떨어지고,

 숨막히던 초록을 자랑하며 뻗어나가던 호박덩굴도

 하룻 밤 된서리에 초토화 되어버린 계절 앞에서

 나는 아무 반성도 없이 후딱후딱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빠른 모양새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콩타작에 가을 무를 뽑아서 저장하고

 시레기 엮어 시렁에 걸어놓으면

 농사도 어지간히 갈무리되고.

 

이제 또 소원(疎遠)했던 이웃과 친구들의 면면을 떠올리며

 늦가을 안부라도 좋고 초겨울 기별이라도 좋을

 엽서를 씁니다.

 

가을이 짧아

 느낄 여가도 없이 계절은

 두툼한 외투로 옷자락을 여미지만,

우리는 발이 시리고 귀때기가 아려야

 또 한 계절의 깊은 풍미를 느끼는 바.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