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곱던 단풍잎도 빛을 달리하며 땅으로 떨어지고,
숨막히던 초록을 자랑하며 뻗어나가던 호박덩굴도
하룻 밤 된서리에 초토화 되어버린 계절 앞에서
나는 아무 반성도 없이 후딱후딱 지나가버리는
시간의 빠른 모양새를 감상하고 있습니다.
콩타작에 가을 무를 뽑아서 저장하고
시레기 엮어 시렁에 걸어놓으면
농사도 어지간히 갈무리되고.
이제 또 소원(疎遠)했던 이웃과 친구들의 면면을 떠올리며
늦가을 안부라도 좋고 초겨울 기별이라도 좋을
엽서를 씁니다.
가을이 짧아
느낄 여가도 없이 계절은
두툼한 외투로 옷자락을 여미지만,
우리는 발이 시리고 귀때기가 아려야
또 한 계절의 깊은 풍미를 느끼는 바.
늘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