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식성도 변하나보다
예전에는 별로 좋아하지 않던 시레기국을 이즈음에는 아주 많이 좋아 한다. 나만 그런게 아니구 고서방도 그러하다.
맹 괴깃국만 그렇게 좋아하더니 이제 늙어 가는 자, 철 들어 가는 징조를 팍팍 드러 낸다. 시락국이 좋단다.
매끼니 국을 준비하는 것도 여간 괴로운 일이 아니다. 재료라도 넉넉해서 이런 저런 국들을 끓여내면 좋으련만
아니아니 재료는 집어치우더라도 내가 국 끓이기가 점점 싫어지는 것이다. 가스불 앞에 죽치고 서 있으며 입천장 샛바닥이 다
디이도록 십수번 간을 보아야하고 그 때마다 찔끔찔끔 조절하며 조바심치며 넣어야하는 간장 종지를 기울이는 일도
자꾸 귀찮아지는 것이다. 그것도 하기 싫으마 고마 죽어야지 하는 말이 고스방 목구멍에서 들락거릴지언정, 국 끓이는 일이 점점
하기 싫어 진다. 그래도 아버님 새벽에 병원 가실 때 국이 없으면 찬 기운을 어찌 이겨내실까..싶어 국솥에 모가지를 빼물고 국자를
들고 있지만 매번 지극 정성으로 하는 것은 졸대 아니다.
오늘 저녁은 국 없이 청국장 끓여서 먹고 내일 아침은 아버님 병원 가시기 때문에 저녁 설거지 다 해놓고는 밥이 있어도 쌀뜨물 받아
시락국 끓인다고 다시 밥을 앉힌다. 그러고는 팍팍 치댄 쌀뜨물에 양념해서 재워놓은 시레기를 넣어 한 솥 끓인다.
푹닥푹닥, 내 심정처럼 시락국은 멸치가루와 함께 끓고 있다.
이래살던 저래 살던, 벌써 이월도 며칠씩이나 지났네...고만. 흐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