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없어진 신평이발소 맞은 편에 자전거포가 있다
레스포라고 쓰인 푸른색 간판이 낡은 지붕을 가려주는
육십년이 넘은 자전거포
어쩌다 자전거 발통에 바람을 넣으러가면
노즐 박킹이 반쯤 달아난 바람 잦는 기계를
없는 좆이 나올 정도로 존나게 잦아야하는 그 곳.
새 자전거를 진열해두었던 볕 잘드는 가게 안은 이제
텅 비어서 오후의 스러지는 볕을 보란 듯이 진열해 놓고
서울 신문을 권한다.
한 때, 그러니까 82년도 봄 부터 85년 겨울까지
주물 공장 하꼬방 사무실에서 토씨 하나 빼먹지 않고 열독했든 그 신문.
성향이나 논조는 아예 염두에 두지 않고 활자에만 스펀지가 물을 먹듯 몰입했던 시절.
그 신문을 삼십년이 지나서야 만났다.
주변 머리조차 하얗게 쇠어 버린 노인이 타이어 찢어진건 개안으니 튜브
빵구 떼운 값만 주면 된다 한다.
삼천원을 건네 드리며 "힘드시죠?"했더니
"돈 버는 일인데 힘 안들면 그건 가짜지"한다.
심심골때리는 촌구석 영감님도 보란 듯이 체화된 돈 버는 진리를,
좆빠지게 공부하고도 모르는 도적놈들이 처처에 행세를 하고 다닌다.
손수 만든 사다리가 손때로 반들반들하다.
다락처럼 만든 선반을 오르내리며 한번이라도 그는 정직하지 않는 일에 혓바닥을 대지 않았으리란 믿음이
통나무를 잘라 만든 연장 기둥처럼 굵고도 튼튼하게 박혔다.
그는 이렇게 복잡한 공구들 틈에서
신형 자전거 알톤 R-8 타이어에 바람을 넣는 덧대는 노즐을
기맥히게 찾아내기도 했다.
타이어 빵구가 떼워지는 동안
쇠락해가는 것들이 켜켜로 이야기하는 것들을
받아쓰기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