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오래된 얘기네
대구 3공단 경리로 근무하던 츠자시절.
작은 도금 공장 직원들하고 화왕산에 등산을 갔더랬지요.
억새 사이에사 점심 먹고 군데군데 모여 앉아 장기 자랑을 하는데
그 날 만큼은 반장도 과장도 다 필요 없고
노래 잘 하는 아연 도금반 영수씨가 최고라
나는 그 때만해도 난초 오끝짜리만큼 가치가 있던 경리아가씨!
날 보고도 노래 한자락 하라네. 회사 사람들만 있는게 아니고 다른 행락객도
여기저기 있었는데 예나 지금이나 노래 못하는 것은 매일반이라
그 때 억샌지 갈댄지 모를 그 언덕배기에 혼자 서서 저 노래를 불렀네.
"진달래 꽃 피는 봄이 오며는 나는야 언니하고 화전 놀이 가안다~~"
어떤 중년 지난 초로의 할아버지가 내 노래를 다 듣고 엄지 손가락 세우던 풍경이
눈에 선한데
어제 문득 송화가루 보고 저 노래가 생각 나 혼자 나즈막히 불러 보는데
무에 서름이 서리서리 복받쳐 올라오던지 노래 부르다 꺼이꺼이 울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