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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에

황금횃대 2014. 6. 15. 21:17

새벽 네시 반점쯤 고스방이 밭에 간다고 일어나기에 잠깐 잠을 깼다가 다시 잠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츠자였다. 하여간 결혼을 안 한 것이다. 나는 정말이지 믿기지 않게 운동을 잘하는 몸이 좋은 총각늠과

곧 결혼을 할 예정이고 그는 이미 내 집에서 기거를 하고 있었다. 꿈에서도 나는 아침밥을 준비하는데 뒤에 서 있는

총각늠에게 그렇게 서 있지만 말고 뒤에서 좀 안아 달라고 현실에서는 차마 입 밖에 떨어지지도 않는 말을 부끄럼도 없이

애교를 떨며 말을 하는 것이였다. 훈훈한 내 애인 그늠은 씨익 웃기만 하며 아모 이유도 달지 않고 뒤에서 나를 안아준다

그 행복한 순간을 오래 느낄 여가도 없이 아버님 방문 열리는 소리가 듣기고 최면에서 깨듯 잠이 깨였다.

어디를 둘러봐도 그 아늑한 단칸방은 온데간데 없고 잘 생긴 내 애인도 거품처럼 아니, 연기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아이고 허망해라 ..순간 기운이 탁 풀리는게 눈물이 나도록 슬픈 것이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꿈은 꿈인것을.

 

눈만 뜨면 밭에 가서 포도알을 훑어내며 하루종일 일하는 나를 불쌍히 여겨 세상 어디에도 없는 애인을 보내준 잠의 신에게

고맙습니다 하고 묵언 인사를 하고 일어나 부엌으로 가는데 꿈이 그렇게 허망하게 깨버린 것이 영 아쉬운것이다.

다시 한번 꿈속을 세세히 기억해 본다. 누굴 닮았는지도 모르는 그 남자의 얼굴선이 자꾸만 희미해지고, 저녁이 되어 다시 생각하니 이젠  그 선 마저 까무룩히 생각이 안난다. 여튼 다시는 오지 않을 그 연애의 시절이 오늘 따라 더욱 그립고

나이 쉰을 훌쩍 뛰어 넘은 촌여편네의 일상은 뻐꾸기 울음만큼 처량한데,혹씨나 박씨나 그 꿈이 다시 올까 싶어 저녁에는 상추쌈을 볼따구니가 미어터지게 먹고는 싸악 씻고 일찍 잠들어야지. 그늠도 내가 영 싫지는 않은 내색이였으니 그렇게 화들짝 없어진 나를 찾아 와 다시 한 번 달콤하고 아늑하고 훈내나는 연애 한 페이지를 복사꽃 능금꽃처럼 펼쳐줄지...ㅎㅎㅎ

 

 

 

*그 지겹던 포도 알솎기 일이 오늘에야 끝났습니다.

19일은 봉지 싸기로 품앗이 날을 받아 놓았구요

밭두렁에 심은 콩이 잘 크는지 한 번 더 둘러보고 품앗이 일꾼들 밥해줘야 항께로 조밥무우김치나 좀 담구...

 

벌써 유월도 반츰이 후딱 지나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