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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맛비 내리는 아침

황금횃대 2015. 7. 8. 08:58

 

 

 

농사꾼 숨 돌리며 하루 쉬라고 하늘에서 비 은총이 내린다. 찰밥 한 그릇을 콩을 꼭꼭 씹어 가며 천천히 먹고 황금보다 귀한 비 오는 날에 무얼할까 마음만 바쁘다.

'그리 기다리던 비님 오시는데 그걸 기록해둬야지.' 훗날에 오늘을 기억 할 수 있는게 기록만큼 좋은게 어디 있겄냐

 

문고리에 걸린 효경언니 가디건이 눈에 들어 온다

가디건도 빗방울 색을 머금었다

 

이 그림 엽서는 란주에게 보내야지. 그녀는 농사꾼 여편네가 햇볕에 타고 그을리는게 무에 그리 애통하다고 마스크팩을 있는대로 긁어 모아 보내고 저녁에 씻고 나서 목만 끼우면 저절로 장착 되는 훌륭한 냉장고 원피스를 보내 왔다. 받고는 바빠서 문자 한통만 고맙다 전했는데 그건 동무의 애정에 충분한 답장이 아니다. 시간 날때 고마운 이에게 편지를 쓰면 된다. 고맙지 않은 이에게도 편지 쓰면 된다. 내리는 비가 나를 부추긴다.

 

그리고 어제, 구미 스타케미컬 굴뚝에 올라가 부당한 해고에 온몸으로 대항한 차광호씨가 406일간의 투쟁을 마치며 내려 온다는 소식을 들었다. 인간 승리다. 난 땡볕에 알솎기를 하면서, 점심 먹고 발자욱도 떼기 싫은 포도 봉지 싸기를 하면서도 그이를 생각하며 대가리를 흔들며 일어났다. 높은 굴뚝에서도 일년이 넘게 홀로 버티는 노동자가 있는데 땅 딛이고 오전,오후 새참까지 다 챙겨 먹으며 일하는게 뭐 그리 못견딜 일이라꼬. 다시 한번 그의 의지를 경외하며 마지막까지 합리적인 결과가 나오길 기원 한다.

 

잘 그리지 않아도 이야기가 있는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게 얼마나 행복한 것인가, 오늘 아침 새삼 감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