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들어 한차례 고사리를 꺾고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사탕 하나 입에 물고 당 보충을 한다
그저 고사리 한오래기라도 더 꺾으려고 눙깔에 불을 켜고 마른 고사리밥 밑을 훑을 때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이렇게 앉아서 마음을 내려 놓고 보면 그제서야 숲이 보인다.
여전히 산 아래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의 RPM 소리는 끈질기게 귀속을 파고 들지만 가만히 숲을 바라 보면 비집고 들어온 햇살의 무게까지 가늠할 만큼 숲은 고요하다
그려, 한발만 물러서면 내안의 고요도 그렇게 보이지 않겠나....이런 기특한 생각도 잠시, 나는 하산 하면서도 또 다시 붉은 눙깔을 잠자리 눈알처럼 삼백육십도 돌려가며 마악 올라 오는 여린 고사리 머리를 야멸차게 움켜 쥐는 것이다.
허, 그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