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상민이가 이사 갈 집 한 칸이 구해졌다.
여러 부동산 중개 사무실을 거쳐서 겨우 원룸 전세 1칸을 구하였다.
지금 입주해 사는 사람이 지독한 골초인가 문을 열면 담배냄새가 지독하다고 상민이가 눈쌀을 찌푸린다.
"며칠 환기 시키면 괜찮을거야..."나는 그녀를 다독인다.
지금 살고 있는 빌라가 재개발이 되는 바람에 마침 전세 기한도 끝나가서 집을 새로 구해야 할 판이였다.
이 년 동안 앞 뒤가 꽉 막힌 빌라 1층에 살면서 숨막혀 했다. 너무 덥고 환기도 안되구...
도시의 많은 사람들이 그 보다 더 한 환경, 지하방에서도 살아간다.
그런 얘기를 아무리 한 들 소용이 없다. 촌에서 이십수년을 살다가 적응하기란 참으로 어려운 환경이다.
절대 1층은 가지 않겠노라...선언을 하더니 4층 원룸을 구했다. 여기 저기 돌아본 원룸의 크기는 정말이지 절망이였다
오평 남짓한 방에 한 칸 씽크대와 책상 하나 놓을 크기, 그리고 두 다리 뻗으면 닿일 듯한 공간이다.
그래도 다행히 지금 있는 집보다는 작지만 제법 큰 평수의 원룸을 구했고. 전세금도 많이 추가가 안 되었다.
집을 구하고 계약을 하느라 몇 번 안양을 오르내렸다.
이제 12월 2일 이사만 하면 된다. 이사 해 본지가 하도 오래되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막막하다.
닥치면 하겠지.
그렇게 헉헉거리며 11월 12월을 보내면 2016년도도 후딱 지나가겠지.
달력 만들어야지..했던 다짐도 헛되이 지나간다. ㅉㅉㅉㅉㅉ
2.
고서방은 점점 일하기가 싫단다. 밥 숟가락 놓자마자 차를 끌고 영업을 나가던 고서방이 변했다. 철도 파업으로 인해 일거리가 줄기도 했지만 여튼 작년까지의 부지런함은 어디다 던져 놓았는지...그리고 찬바람이 불자 일하기 싫다는 소리를 심심찮게 뱉어 낸다.. 하기사 하기 싫을 때도 되었지, 안식년 한 번 없이, 안식년이 다 뭬야 넘들 다 가지는 휴일도 없이 일년 삼백 육십오일을 일만 하다 보낸 인생 아닌가. 그래도 둘째놈이 아직 학교에 다니니 영 손을 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마누라도 돈 돈 소리가 입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으니 자기일에 더욱 채찍을 가해야 하는 형편이다. 그런 소릴 들을 때마다 딱하다. 왜 쉬고 싶지 않겠는가.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고 있다.
그런데 근혜는? 순실이는? 우병우는? 개누리당놈들은? 쓰레기 언론 새끼들은? 검.경찰 양아치 시발놈들은? 판사놈들은?
3
끌포도를 따와서 포도주를 담는다. 바람이 차다. 포도알을 따는데 무릎 시린 바람이 분다. 이미 된서리 내려 감나무잎이며 풀들은 전멸이다. 무청에도 일차 된서리 지나가서 직격탄을 맞은 곳은 허옇게 삶겨서 말랐다. 포도를 따다 말고 무 뽑으러 갔다. 콩덤불도 거둬지고 환삼덩굴도 서리맞아 사그러져 간다. 그 무성한 푸른 것들이 일시에 숨을 거두었다. 골짝 밭은 무와 배추만 독야청청이다. 무를 뽑아 묶고, 시래기무청을 뽑아서 콘티에 담고, 알타리도 씨알 굵은 것만 골라서 담아 온다. 대파도 뽑아서 대충 다듬어 두 아름을 얹어 오다. 아직 파는 다 뽑지 못하였다. 호박 덩굴도 까맣게 삶겨 죽었다. 전쟁을 치르듯 뽑고 또 뽑던 풀들이 하룻밤 된서리에 다 망했다. 겨울이 오고 있다. 대비해야지 얼어붙은 그 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