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같은 조끼를 만들었답니다
어제는 어찌나 우울하던지 누가 툭 치기만하면 와앙~~울어버리려고 잔뜩 베랐는데 실컷 울지도 못하고 뒷골만 묵지룩한 아픔으로 보냈습니다
미래를 위해 현실의 압박을 견디야하는게 갑자기 부질없어 보이며 사는 일이 버겁게 다가옵니다
나는 늘 에너자이저야! 하고 쭝얼거렸지만 속이 텅빈 쭝얼거림이였어요. 농사철 입구에서 만난 감기가 쉽게 떨어지지 않은 탓도 있겠지요?
그래서 밝은 천만 골라 조끼를 만들어 입고 거울앞에 서서 환한가? 환해졌냐? 하며 묻고 또 묻습니다.
우리집 고양이 가을이와 대추는 거의 동시에 출산을 했는데 새끼들을 한 마리도 데리고 오지 않았어요.
새끼 볼 생각에 마음이 붕 떴었는데 곧바로 추락하고 말았어요. 뭔가 소소하게 세워놓은 기대치와 계획이 자꾸 삐끄러지는 느낌입니다 줸장
그럴때 읽는 시
에이시브럴
김사인
몸은 하나고 맘은 바쁘고
마음 바쁜데 일은 안되고일은 안되는데 전화는 와쌓고
땀은 흐르고 배는 고프고
배는 굴풋한데 입 다실 건 마땅찮고
그런데 그런데 테레비에서「내 남자의 여자」는 재방송 하고
그러다보니 깜북 졸았나한번 감았다 떴는데 날이 저물고
아무것도 못한 채 날은 저물고
바로 이때 나직하게 해보십지
'에이 시브럴─'
양말 벗어 팽개치듯 '에이 시브럴─
'자갈밭 막 굴러온 개털 인생처럼
다소 고독하게 가래침 돋워입도 개운합지
'에이 시브럴─'
갓댐에 염병에 ㅈ에 ㅆ, 쓸 만한 말들이야 줄을 섰지만
그래도 그중 인간미가 있기로는
나직하게 피리 부는 '에이 시브럴─'
(존재의 초월이랄까 무슨 대해방 비슷한 게 거기 좀 있다니깐)얼토당토않은 '에이 시브럴─
'마감 날은 닥쳤고 이런 것도 글이 되나
크게는 못하고 입안으로 읊조리는
'에이 시브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