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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이 도지다

황금횃대 2019. 12. 8. 18:40

 

 

 

쥐눈이콩과 흰콩을 섞어 불려 청국장을 만든다고 아침부터 불질이다.

 

묵은 참깨단을 친정 아부지가 어찌나 꽁꽁 싸자매놨는지 깻대는 비명 한 소절 내지르지 않고 조용히 탔고, 나무 동가리에다 마침내 제 불꽃을 이주시켜 콩물이 넘치도록 화력을 돋운다.

 

작년 길담서원 박성준 샘이 이 쥐눈이콩 청국장환을 드시고 건강이 많이 좋아지셨다고 청국장 좋아하는 지인이 만들어 달라고 부탁을 하였다.

벨로 잘 만들어줄 자신도 없는데 거절 못하는 병이 또 도져서 나는 덜컥 대답을 하고야 말았다.

정말 병세가 깊고 깊어 바닥이 안 보인다. ㅠㅠ

 

쥐눈이콩 한 말을 구입해놓고 쳐다보며 염불만 올린다.

" 저걸 퍼뜩 불려야하는데..나무아미타불"

"불 때서 콩 삶아 청국장 앉혀야 하는데..

관세으음보오사아알~~ "

 

염불이 신음이 되기 전에 오늘 거사를 감행 해 전기장판 깔고 콩 11키로 삶은 걸 소쿠리에 앉혔다.

 

삶긴 콩이 거의 20키로가 넘는 듯하다.

저것이 콤콤한 냄새와 더불어 실을 쫙쫙 뿜어내며 잘 떠야 할것인디 말이다. 이런저런 걱정까지 이불 속에 쳐덮어 놓고 내려오니 뒷골이 가볍다.

 

장작불 스러진 터에 고구마 얹어 두었더니 그럭저럭 익었네.

아침부터 연기 마셔가며 불 땐 보람은 역시 군고구마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