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마을에 가고 싶네
댓돌 위에 눈이 쏘복쏘복 쌓이는 소리를 들으며
물고구마 삶은거에 신김치 얹어 먹으며
니하고 소근소근 이예기하며
숟가락 딸랑 하나 걸쳐 놓은 동치미국물
번갈아 떠 먹음시롱
뜨끈히 불 땐 구들목에 발 파묻고
니 무릎, 내 무릎 요대기 끌어 덮어주며
옛날 냇가에서 동당첨벙 피리잡던 이예기며
소멕이러 뒷산가면 뱀알 슬어 놓았던 샘물이예기며
달아 놓은 메주 궁뎅이콩 뜯어 먹고
처녀귀신 곡소리 흉내 내며 육백치던 이예기며
용수 안에 말갛게 고여있던 잘 익은 술이예기며
빗물 고인 자리에 노랗게 떠 다니던 송홧가루 어지럼증까지
그런저런 시덥잖은 이예기하다
눈 마주치면 그 때마다
니 머리칼이나 한 번씩 쓸어 올려 주고
문풍지 바람에 타다닥 소리 낼때는
쇳고리 문고리 달가닥거리며
눈이 어데만치 왔나 외짝 방문이나 훠언허니 열어서
열에 들뜬 가슴에 싸늘하니 불어오는 찬바람 맞으면서
고구마 먹은 신트림이나 내어 보내야지
먼데서 생솔가지 부러지는 소리
툭,툭 나면
어허, 저 골짝에는 눈이 제법 착실허니 오나봐
이런 소리나 한마디 흘려놓고
밤새도록 니 어깨 위에 얹히는
눈 내리는 소리만 쓱,쓱,쓸어주면서......
*눈만 오면 소환하는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