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두 식구 먹으마 얼마나 먹는다고 오뚜기 덕용카레 업소용을 사서 두어번 해먹고 냉동 보관한지 일 년이 넘었나? 상민이가 일본 여행가서 사온 고체형을 겨우 다 먹고 이제 저 분말을 먹어야 하는 시점이 왔다. 마침 어제 주문한 파프리카가 도착했고, 빨리 먹어치워야 하는 또 다른 식재료 감자와 싹이 시퍼렇게 올라온 양파, 만가닥 버섯 한봉다리가 냉장고에서 큰 엉덩이를 뭉기적 거리며 버티고 있다. 다 썰어서 목살 넉넉히 깍둑 썰기를해서 우르르 끓인다. 슴슴하니 카레가 완성되었다. 세 쪽 남은 식빵을 구워 뜨거운 카레를 적셔 먹는다. 혼자 먹어도 모든 음식들이 왜 이리 맛있는고야. 다행히 고서방도 점심 먹으러 와서 국 삼아 카레에 밥을 비벼 먹는다,아니 말아 먹는다. 고서방이 그래도 촌빨 날리게 카레도 못 먹고 그랬으면 정말 같이 살기 곤란했을거인디 음식은 멍게와 생굴만 가릴 뿐 잘 먹는다,아암 그래야지 ㅎ
2.
내가 좋아하는 섬진강, 구례 소식을 매일 볼 수 있슴은 행운이다
오늘은 동네 청보리밭 사진이 떴다. 오래 된 색연필로 그린다. 이 색연필은 나보다 더 오래 살 것 같다.
3.
오전에 오가피순을 조금 뜯어 왔고, 오후엔 쑥을 조금 뜯어 왔다. 나이드니 쑥 뜯는 일도 힘들다. 다듬기는 더 힘들고.
손톱 밑이 새카맣게 변했다. 쑥물이 들었다. 봄이 시작 된다는건 손톱 밑에 흙물,풀물 가실 날이 없다는 의미다. 투박하고 거친 내 손을 본다. 언젠가 딸의 손을 보고 내 손을 보며 느꼈던 비애도 다아 젊었을 때 누리는 감정이다. 왼손 두툼한 엄지 손가락 윗부분은 오기피 가시에 긁히고 쑥 마른 대궁에 찔려 상처가 여기저기다. 순식간에 생겼다. 그런것도 다아 개의치 않는다, 피가 찔끔 새어 나온 부위도 있다. 그것도 아 피가 나왔네?로 그 뿐
삶은 자극으로부터 자꾸 무뎌져가고 나중엔 아주 인지도 못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겠다 싶은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