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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황금횃대 2020. 12. 25. 08:41
농사꾼에게 겨울은 참 좋은 계절이다.
먼지 푹푹 날리는 방구석에서 깔아 놓은 이불 속에서 종일 밍그적거려도 들로 밭고랑으로 불러 낼 구실이 없으니 맘놓고 쉴 수가 있다. 더군다나 입을 즐겁게 해줄 꺼리도 광에 즐비하니 비틀다비틀다 몸이 일어나지면 서너가지 먹거리를 들고 와 굽고 지지고 볶고 하면 두어끼 해결이 된다.
씻는 일도 구찮아서 상거지꼴로 엉킨 머리칼을 이쪽저쪽 쓸어 올러 질끈 고무끈으로 묶거나, 아니면 모자를 푹 뒤집어 쓰는걸로 마감 처리를 해버린다.

사는 일이 종일 새뜻함이 없이 구정물에 쌀뜨물을 붓는 것처럼 명확한 경계도 없고 계획도 없다. 그냥 널부러져 사는 것이다
들여다보면 속속들이 뭐가뭔지 알 수 없는 세상의 소문들만 넘쳐나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알아 보는 일은 생명을 담보로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매일 협박이 들어 오고 있다.
인사가 조심하셔요다. 도대체 이렇게 조심하며 살아서 우리가 얻는게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각자의 섬만 하나씩 만들고 들려오는 소문이 무서워 돌멩이를 주워 돌담을 쌓는 일 밖에 더하겠는가

답답하다. 밖에 나가지 못해서 답답한게 아니라 모든 사고가 막혀 버리는 이 현실이 막연하다
어제밤에는 늦도록 뜨게질을 했는데 오늘 아침에는 바늘까지 던져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