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삼년을 당신 생각했더랫지

황금횃대 2004. 6. 10. 20:10
사는 얘기는 암만 주끼싸도 핵기적이고 우낀다


삼년전 교육청에서 학운위 위원들을 데리고 대천에 관광을 간적이 있다
뜬금없이 안하던 짓을 한 그 때의 교육감은 무슨 꿍수가 있어서 그런 기획을
했는지 알 수 없으나 그 덕에 우린 대천을 잘 갔다 왔다
근데 내 옆자리에는 삐리리面의 학운위원장이 앉게 되었는데, 그이는 초면인데도
서글써글 이 촌아줌씨한테 말도 잘 붙이고, 이런 자리에 무척 닳은 듯이 행동을
했다
같이 앉아 가면서 그 삐리리면과 우리 면은 가까운 곳이라 서로의 인적 사항이
드러나자 대번에 관계가 불을 보듯 환하게 되었다.
일테면 내가 살고 있는 면 출신이며, 남편과는 일년 후배, 시동생과는 일년 선배가
되는 꼴이였다. 헐..그러면 이 삐리리한 촌구석 촌수로 따지자면 내가 형수뻘이구만
속으로 이리 생각하고 있는데 아 이노무자슥은 내처 말 끝을 잘라먹으면 반말 비스므리하게 대화를 해대는 것이다.
그래도 말투가 그런것이겠지하고 나는 꼬박꼬박 존칭을 붙였는데, 점심을 먹고 난뒤
자유시간이 주어져서 둘이 바닷가를 걸었겠다.. 한참을 걸어서 다시 버스로 돌아오니
다른 사람들은 다 탔고 우리 둘만 늦게 와서 버스가 출발하지 못하고 기다린 것이다
그 때 사람들이 뭐라뭐라 했지만, 전혀 신경을 안쓰고 웃고 말았는데 버스 속에서
앉아서 한참을 가다가 내게 툭 던지는 말이

"아까 껌 씹던거 있으면 좀 줘바" 이러는거다

여태까지는 참고 왔지만 이 소릴 들으니 대번 속에서 부아가 화악 치미는 것이다
내가 제 선배의 마누라인 것을 알면 깎듯이 형수 대접을 할 것이지 엇다대고 반말이야
이 새끼가 반토막 싸래기밥만 처먹고 살았나...속으로 대반 이런 욕이 파악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러나 장소가 장소인지라 속에서 열이 팍 나도 참고는 그 날 행사를 마쳤다

근데, 지난 수요일 새마을 협의회 간부단 연수가 있어 거길 간다고 군청에 갔더니
같이 가는 명단 중에 그 놈이 있었다.
우리 면 협의회장이 날 소개하면서 회장님이 급한 일이 있어 대신 총무가 참석하게
되었다고 소개를 하니까. 그 짜슥이 내게 와서 악수를 청하는 것이다

"오랜만이"

이런 니미럴...아직도 그 버릇 못 고치고 반말이네
오냐 두고 보자 오늘 니는 연수원 화장실 뒷 담벼락에서 죽 죽은 목심이여
속으로 이를 갈면서도 처음 보는 다른 면의 회장들과 부녀회장들 앞에서는
그저 배시시 웃으며 부끄러운척을 하였다.

차는 떠나서 흑염소탕으로 점심을 먹고 충주리조트에 방을 배당 받아 입실을 하고는
오후 두시부터 교육이 시작되었다.
맨날 귀신씨나락 까먹는 소릴 하는 강사들이 나와서 시간을 떼우고..잠시 잠시 쉬는
시간에는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고 한다.
새마을협의회가 중앙의 지원은 끊겼지만 아직도 관변단체 구실에서 벗어 나지 못한 상황이라 교육의 질도 자체 도차원의 공뭔들이 나와서 하니 효율적이며 정신이 확 드는 교육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두어시간 강의를 듣고는 앞자리에 앉은 놈이 내 쪽으로 돌아 앉으며 내가 가진 작은 수첩에 머라고 끄적거린다. 알고 보니 궐놈의 전화번호다.
어라..이 무슨 수작이여. 어쩌나..볼려고 내가
"이기 뭐라요?"
"전화번호"
"흐응...자기꺼야?"
"그럼 그쪽 수첩도 줘 보시지"
내 폰번호를 적어 준다. 011-430-4388 전상순이라고
눈이 휘둥그래진다.

강의가 끝나고 한마음 단합대회를 한다고 군 단위로 군수며 군수 와이프며 나와서 한잔 먹고 소리지를 껀수를 찾아 모두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튼 남녀가 함께 모이면 세상은 디집어지는 법.

나는 전화 올 데가 있어서 그곳에 있지않고 바깥에 나와서 있는데 가만히 보니 그 놈이 자꾸 나와서 내가 없는 것에 신경을 쓰는 눈치다.
시끄러워서 있질 못하고 취미가 없어서....말꼬리를 흐리고 그 행사를 마쳤다
숙소로 돌아와 남.녀 회장들이 모여 이야기 하는데, 나는 회장도 아니구 그래서 바깥에 나와 있었더니 연신 전화를 하여 빨리 자기들 있는데로 오라고 한다.

일테면 이런 곳에 온김에 단합대회도 같이 하자며 쭈욱 술 한잔씩 돌리고 노래 한 곡조씩 하고 숙소로 돌아가는데 놈이 뒤따라 나오더니 잠이 안오거등 자기한테 전화를 하란다. 오호라..그래서 전화 번호를 가르쳐 주었군.

다 씻고 남자들은 거기서도 고스톱이다.
새마을정신...우라질.
여자들도 고스톱을 친다. 화툿장 두둘기는 소리가 장작 뽀개는 소리처럼 짝, 짝 들어맞는다. 저정도의 효과음을 낼려면 도대체 얼마의 내공을 쌓아야하는거야?

잠자리가 바뀐 탓에 누워도 잠이 아니온다. 허기사 옆에서 화투를 치는데 잠이 오겠는가. 실그머니 나와서 궐놈에게 전화를 한다. 물어 볼것도 있고

일층 로비에서 기다리니 화투 한 판 끝내고 오는 인타발을 조정하며 궐놈이 내려온다.
"전화는 멀라고 자꾸 하라핫씨요"
"그냥..."


그라면 우리 운동장 한 바뀌 산책이나 헐까요.
달도 없는 밤, 주차장이 훤한 가장자리를 한 바퀴 돈다
아직도 여흥이 남은 사람들은 자동차에 카셋을 틀어놓고 헤드라이트를 켜놓고 논다
참말로 노래를 좋아하고 신명이 많은 민족이다.
피곤하지도 않은지..아주 날밤을 깔듯이 뎀빈다.
다아..평상시 너무 얽매인 삶을 사는 사람들이다
대개 농사를 짓고 검은 얼굴에 먹히지도 않는 화운데이션으로 치장을 하고 따라선 걸음들이다. 손가락은 아직도 풀물이 베여있고, 바빠서 손질 못한 머리카락은 부스스 금방이라도 곰팽이 균이 일어날 것 같다. 하루밤의 흥취야 좋지 않는가

왔다갔다 왕복하며 걸으면서 이야기를 하다가...갑자기 내가 말했다
"쩌어기 나무 밑으로 갑시다"
으슥한 곳으로 놈을 끌고 간다. 얼래 놈은 얼씨구나 했겠지
나무 밑에 콰악 박아 놓고는 내가 말했다

" 내, 뭐 하나 물어봐야 쓰것어"

"뭔데?"

어둠속에서도 놈은 약간 두려운 눈빛이다..믿거나 말거나

"삼년전....."
"대천 갔을 때 왜 나한테 말을 그따위로 했어?"
"뭔 말을"(짜슥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다)
"흐흥...기억도 없는 모양이지. 그 때 뭐랬나면 나한테 <씹던 껌 있으면 좀 조 바>이러데"

"전혀 기억이 없는데.."
"그렇겠지."
"그때 생각했지. 뭔 이런 싸가지없는 새끼가 있어. 맨날 싸래기밥만 먹었나 이잉간이..하고"


그제서야 놈은 전말을 이야기한다.
자기는 내가 비록 선배의 아내지만 나이로 치면 나보다 아래여서..그리고 나보다 나이가 많든 적든...말투가 그렇다고. 아주 선한 눈길로 이야기한다. 역시..그런 싸가지였구만.
그러더니..한다는 말이
"내가 삼년을 당신을 찾았지. 아니아니 찾은게 아니고 삼년동안이나 궁금해 했지 누구의 형수(그러니까 내 시동생의)라는 것은 알지만 선뜻 가서 후배에게 너 형수 잘 지내나 물어보기도 뭣하고..참 마음에 오래넣어두고 궁금해 했네. 그 때 대천에서 기껏 마주 앉아 밥 같이 먹은 것 밖에 없고, 몇십미터 바닷가 걸은 것 밖에 없고 차 타고 왔다갔다 한 것 뿐인데...참 이상하지. 내가 당신 사는 동네를 뻔질나게 드나들면서도 한번을 못 보겠어. 그래서..참 서운했더랬지.

아니@@@@@@@@@@@@@ 이게 뭔 귀신 씨나락 까묵는 스토리여

희미한 달빛 아래,
삼년을 묵은 오해는 풀리고
우리는(커억..우리래 ㅎㅎ) 의자에 나란히 앉았다.

내 한번만 더 물어보자 대답해봐바.
"뭔데?"
"니, 내 좋나....."
고개를 끄덕끄덕 한다. 아이고 이양반아...우짜만 쓸까이.

다독거리며 앉힌다 마음을.

이사람아 내 말좀 들어보게

"여기 앉아 있는 자리에서 저 어둠을 지긋이 바라 봐. 마음을 가라 앉히고 저 편 어둠을 응시하면 조용히 걸어오는 자신이 있지? 실체적으로 걸어오는 것이 아닌 마흔댓해 살아오면서 나를 나로 있게한 그 정체성 말야. 보이지?"

만감이 교차하는 눈빛으로 어둠을 바라본다.

"그게 당신이네. 삼년동안 궁금해 한 사람을 이자리에서 만나 반갑고 좋은 마음으로 삐리리한 코드를 내뿜는 그것이 당신이 아니고. 이런저런 일들을 겪으며 도덕적이고 경험적이며 양심적으로 살아온 그 본바탕이 바로 저기서 걸어오는 내 실체의 모습이네. 왜 그런 자기를 일시적으로 흔들리는 마음에 분질러 버리려 하는가...일장연설!"


그 자슥이 감동을 받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서서히 노래소리도 잦아 들고, 먼 불빛만 바람에 흔들리는 빛살을 뿌려대는데

"고만 가서 자자 내일 또 교육받아야 하는데."

문을 열고 들어가면서 물어 본다

나 : "전화 할티라?"
그놈 :"내가 전화를 어찌하겠어..."
나 :"ㅎㅎㅎ 보고 싶으면 내 전화하지."



하룻밤 로맨스도 아니구..
우린 살다보면 어쩌다 이런 쓸쓸한 버스에 동승을 하기도 한다
따뜻하고 힘이 되어 준다는 이유로 "사랑이라는 레테르가 붙은"보자기를 얼굴부터 뒤집어 쓰고 그 따뜻함에 몸을 녹일 때도 있다 그러나, 해 아래 밝게 드러내 놓지 못할 것은 결국 자기 정체를 분지르는 일이다.
이건 경험담이다 푸헤헤헤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영(무명) 밭에 잠들다  (0) 2004.06.17
이 바람은 원죄도 씻겠다  (0) 2004.06.12
슬슬 부딪쳐 오는 것들  (0) 2004.06.04
blue  (0) 2004.06.04
감꽃  (0) 2004.06.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