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곤이가 달력 받고 감동 엄청 먹었다고 편지를 딸 편에 보내왔다.
내가 읽어보고 딸에게 보여주니 소심한 에이형총각이 엄청 고민하며 썼겠구만...한다.
울 딸은 오형이다.
내용을 타이프 쳐 보자면...
안녕하세요? 회곤입니다.
손수 정성스럽게 그려주신 달력에 대한 그리움과 '보물'이었던
편지글에 대한 감동으로 이렇게 펜을 잡기까지 되었습니다. 그동안 상민이한테서
호작질(?)에 대한 얘기도 많이 들었고 학기초에 만들어주신 시간표로 말미암아
그림실력"에 대해서는 익히 짐작을 하고 있었는데, 이거, 편지글을 읽어보니
글솜씨가 장난이 아니십니다. 그래서 편지를 어떻게 써야할까 고민 참 많이 했
습니다 ㅋㅋㅋㅋ.(저의 누추한 글솜씨를 가지고 말이죠)
작가가 아닌 사람의 글을 읽고 감동-엄청난 감동-을 받은 것도 참 오랜만이었
습니다. 집에와서도 읽고 또 읽고, 어찌나 감칠맛나고 빠져들던지요.(2% 과장해서)
반해버릴 정도 였습니다. 아마 펜팔로 어머님과 교류했다면 정말 반해버릴지도요...^^
개인적으로 '이월'달력이 맘에 들었습니다. 분홍빛 꽃나무 그림도
그렇고 무엇보다도 편지가 너무 좋았습니다. "마흔의 바다"... 62년 범띠, 엄마
나이가 이렇습니다. 아빠 때문에, 저 때문에, 동생 때문에 고생 많이 하셨지요.
울컥했습니다. 코 끝도 살짝쿵 매콤해지고, 눈에도 습기가 촉촉히 젖어들더군요.
"마흔의 바다" 왜 자꾸 이 말이 가슴에 와닿는지요. 집에 와서
엄마 얼굴을 유심히 보니 정말 거침없이 그 바다를 넘으신거 같습니다. 주름도 많이 생기고
뭐랄까, '헌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얼굴이라 해야 할까요? 아무튼 이번 계기에
'어머니-엄마-'를 다시금 고맙게 여기게 되었습니다. 아, 고맙습니다 ㅋㅋㅋ^^
(지금 제 앞에는 샛분홍 '이월'달력이 걸려 있습니다. 보면 볼수록 참 이쁩니다)
이번 달력 선물에 대해 느낌이 너무 강해서 뒤죽박죽 써봤습
니다. 비약도 많고 정말 형편 없지만 잘 봐주세요^^. 정말 고맙구요 나머지 달력이
너무 기대됩니다. 고맙습니다. 정말 다시 한번 고맙습니다!!!
p.s 좋은 인연 맞죠?
2006.12.3. 씀.
200. 12. 3. 다시 옮겨 씀.
정회곤
편지를 읽고,
내, 회곤이가 이월 달력을 좋아할 줄 알았지
딸래미 생일 선물로 준 티셔츠도 꽃분홍이였고
가끔 딸이 찍어 오는 소풍길 녀석의 윗도리는
보라색 아니면 꽃분홍.
이제 나는 꽃분홍색을 좋아하는 한 청년을 알게되어
어깨가 둘러빠지게 아퍼 아들놈에게는 징징 오만인상 다 쓰며 어깨를 주물게 하다가
그 편지 한 통 받고는 얼굴이 환하게 피어설랑..
천상병 시인의 시집 <요놈 요놈 요 이쁜놈>속에 이런 시가 있다
요놈 요놈 요놈아
-천상병
집을 나서니
여섯살짜리 꼬마가 놀고 있다.
'요놈 요놈 요놈아'라고 했더니
대답이
'아무것도 안사주면서 뭘'한다.
그래서 내가
'자 가자
사탕 사줄께'라고 해서
가게로 가서
사탕을 한봉지
사 줬더니 좋아한다.
내 미래의 주인을
나는 이렇게 좋아한다.
여섯살짜리 꼬마는 아니지만, 여드름 자욱이 언듯번듯 보이는 이 소심한 B형총각이
나는 이렇게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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