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맘이 동했는지 세 통의 편지를 써서 부쳤지요. 부지런히 쓴다고 자기만족을 하는대도 이렇게저렇게 둘러보면 오래 편지를 보내지 못한 곳이 많습니다. 그런데 또 어떤 곳으로는 연달아 가는 곳도 있어요. 여기처럼 말이지요. 눈 들어 가깝고 먼 산을 둘러보면 하루가 다르게 산의 색깔이 변해요. 큰 물통에 물감을 쏟아 퍼지는 듯 산은 뭉글뭉글 푸르러갑니다. 이제 동네 산에는 새벽이나 낮이나 고사리 꺾으로 가는 발걸음들로 없는 길이 나겠고, 만들어진 길 위로 늦고사리 팰 때까지 반들반들 길들은 �이 나겠지요. 다아 봄이 갖다 주는 깜짝 길입니다.
안그래도 고서방은 매번 고사리 사먹는 아줌마를 만났다며 올해도 햇고사리 많이 꺾어 우리집에 팔아라 부탁을 했다네요. 그랬더니 그 아줌마 종일 산길을 둘러 뜯어 모든 산나물을 조금씩 여섯가지나 싸서 주셨네요. 두릅, 홑잎, 취나물, 불미나리, 돈나물.. 또 한가지 더 있었는데 이름을 모르겠어요. 마악 땅이나 나무 순에서 빠져 나온 새 잎을 먹는 일은 어데가서 근사하게 지지고 볶은 요리를 먹는 일보다 훨씬 가슴이 불러요. 음식을 먹은 것 같지 않고 <기운>을 먹은 느낌이 들거등요. 그래서 가끔 트림을 할라치면 끄윽 나오는 그것이 봄 한 숨 토해 내는 것 같지요.
머잖아 다래순이 울울창창 제 넝쿨을 따라 나무와 바위를 넘나들며 새순을 내겠지요. 그러면 우리는 아예 자루를 가져 가 싹 쓸어가지고 올라구요. 혹여 다래나무정령이 있다면 그 텅빈 넝쿨 보며 망연자실 하지 않을까..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