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바를 정자 쓰기

황금횃대 2004. 11. 25. 15:18
11월 20일

 

잘 넘어가던 여편네가 아침에는 밥상머리에서 인상을 쓴다

내가 지신이나서 말끝에 지랄이야했더니 고걸 못 넘어가고 인상을 팍 구긴다

운전밥 먹으면 대화의 팔할이 욕이라는 걸 여편네는 모르는 갑다. 그라고 내가 그렇게

말한 것은 꼭 지랄을 해서 지랄이라 한 것이 아니고 <그카고 난리야>뭐 이런 뜻이

더 강한 의미인데 여편네는 넘의 속도 모르고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 먹다가 똥씹은

인상을 하고 젓가락을 기분나쁘게 상우에 놓아 버린다. 국에 밥 말아 놓은 것을 나도

남기려다 꿀꺽 마시고 만다. 아! 승질 다 죽었다 옛날 같으면 아침 출근길에 게아리묵으면

밥상을 쓸어 버렸을 텐데. 허기사 몇 년전에 밥상 쓸었다가 여편네가 쏟아진 밥상 위에

식탁의자를 집어 덴져서 광경이 처참하였는데 그 때 생각하면 저 여편네 꼴통도 보통이 아니니 내가 참자, 참자, 참자, 참자,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면한다 하였자나 위협조로 눙깔이나 화악 치뜨고 나가야지 에잉.

 

 

마누라가 싫다하면 좀 안하면 어떤가. 말끝마다 지랄이야 하는게 누군들 듣기 좋겠는가 부처님 가운데 토막을 앉혀놔바라 나처럼 참아 주는가. 말 좀 곱게 하자고 한 마디 했더니 인상이 달라진다. 뭐 한 두번 보나  나도 승질이 있단말야. 젓가락을 소리나게 탁 밥상 우에 놓아 버리고 먹던 밥그릇을 챙겨 씽크대에 갖다 넣으니 스방놈이 아무 말이 없다. 그러더니 밥 먹고 나간다. 설거지를 하는데 부아가 가라앉질 않는다. 그러나 어쩌겟는가 오늘 이렇게 태클을 걸어 놨으니 담부터는 좀 조심하겠지.

 

 

점심 먹으러 집으로 왔다. 소 마굿간에 소를 들여다 보면서 얼굴 인상을 냉랭하게 굳힌다. 그래야 여편네가 좀 긴장을 하겠지. 황소는 무럭무럭 잘 큰다. 호박도 하나 줘야지 외양간 세멘 턱에다 호박을 태기친다. 이게 여편네 였다면 조금 아플걸 호박이 반으로 쪼개졌다 황소야 얼른 먹고 잘 자라라. 네 꿈이 하늘에 닿도록....현관문을 연다 아무 말도 안하고 식탁에 앉는다 여편네는 조금 내 인상을 눈치챘나보다 아무말 안하고 눙깔만 떼굴떼굴 소리내며 굴리고 있다 아무 말도 안하고 반찬을 여러가지 내 놓았지만 아무 것도 안 먹고 밥 한 숟갈, 국 한 숟갈 떠 먹는다. 밥을 다 먹어가는데 여편네가 밥을 더 줄까요 하고 묻는다. 아이씨..내가 밥을 너무 빨리 먹었나? 대답을 안한다. 또 묻는다. 절대 대답 안한다. 또 묻는다.  그래도 밥 그릇 가장자리에 붙은 밥알만 긁어 모은다 젓가락으로.달각달각 하는 소리가 여편네 가심에 갉작갉작 신경을 곤두세우겟지. 젓가락을 놓는다.

 

 

반찬 뚜껑을 덮은다. 아무 것도 찍어 먹지 않고 국만 먹는다. 흥! 꿩 저만 춥지. 맛있는것을 많이 만들어 놔야지 먹나 안 먹나. 다른 때 같으면 티비보면여 "여편네야 일루와서 이거나 봐"하고 부를건데 티비도 틀지 않고 바로 일하러 간다  어이구 누가 겁날 줄 알고. 빨리 나가니 나는 컴퓨터에서 글이나 읽어야지

 

 

10시 조금 넘어서 들어왔다. 여편네가 컴푸터를 하로 있으면 고함 지를려고 했는데 알아서 수그리 하는가 마루에 나와있다. 티비를 켜고 말을 한 마디도 안하고 본다. 아이들은 시험기간이라 도서실에서 아직 안 왔다. 좀 심심하다. 여편네가 옆에 있으면 말도 할건데 아직은 말 하면 안된다. 입을 꼭 다물자. 눈치를 보니 여편네도 좀 긴장을 하는 눈치다. 평소에도 저렇게 날 좀 생각해서 퇴근해서 티비 보는 동안 같이 보면 얼마나 좋은가. 요새는 뭔 책을 읽는가 이부자리까지 책을 가지고 들어온다.  옆에 앉아 책 보더니 아니나 다를까 아이들 오니까 아이들 방으로 쏙 들어간다. 내 혼자 티비 보니까 더 심심하다. 저거덜은 뭐가 좋은지 히히 하면서 이야기 한다. 나도 한 마디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데 여편네가 들어가 있으니 나는 들어갈 수도 없고.

 

 

책에 글자가 눈에 들어오는가 온통 신경은 스방놈의 손끝, 눈알, 기대앉아 움직일 때마다 삐그덕거리는 안마의자의 소리, 티비 채널 돌리는 리모컨..이런데 다 가 있다. 뭔가 한 마디 할 줄 알았는데 결국 잘 때까지 암말도 안한다. 자다가 슬쩍 다리가 스방 다리에 대였는데 아주 작정을 하고 다른 발로 확 차내는 것이다. 으흥.....너 화났다 이거지. (원래 고스방은 자기 팔에 내 머리를 얹어 놓지 않으면 잠이 안 온다고 몇번이나 믿거나말거나성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러더니 홰액 돌아 누워 코도 골지 않고 잔다. 저것봐 코를 골지 않는다는 건 깨어 있다는 증거야. 나도 실그머니 돌아누워 어깨에 성벽을 금방 구축하고는 잔다. 조금 열린 창문으로 찬 바람이 들어온다. 이불을 살그머니 당겼는데 당겨오지 않는다. 앗! 이불을 꽉 움켜쥐고 있나보다. 춥지만 그냥 잤다.

 

 

11월 21일

 

여편네가 일어나지 않아도 좋다. 내가 밥 차려 먹고 가면 되지. 이런 생각이엿는데 어랍쇼 곧바로 일어나서 밥을 차려놓는다. 청국장 가루를 타먹으면서 내것만 타 먹고 빈 컵을 올려놓았다. 예전 같으면 여편네 것도 타 놓고 내가 씻으러 갔는데 해긋는 짓이 미워서 부러 나만 타먹었다. 조금 속보인다. 그래도 괘안타. 나는 나니까!

 

 

으흥.. 청국장가루를 혼자 타 먹었단 말이지. 아쉬울 것도 없지 나도 타 먹으면 되니까. 생각은 이렇게 했는데 또 괜히 부아가 치받친다. 꼴란 그거 하나 아침에 타 주는걸 무슨 큰 유세인냥 허구헌날 하는 말이 <나보다 여편네한테 잘 하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 그래 !>말이나 말지...밥을 차려주니까 역쉬나 밥하고 국만 먹고 간다. 그래. 얼마나 가나 보자.

 

 

자러 갔으면 좋겠는데 11시가 다 되어 여편네가 밖에 나가더니 마늘 담은 다라이를 가져온다. 김장 하려고 마늘을 깔려는 모양이다. 가만히 보니 아주 작정을 하고 그걸 이 시간에 들여오는 것 같다. 내하고 같이 자지 않으려고 저 딴에도 좀 잔머리를 굴리는 모양이다. 오늘도 티비 보는데 여전히 심심하다. 과일을 좀 먹고 싶은데 갖다 줄 생각도 안해서 내가 홍시를 가져와서 껍데기를 까고 먹었다. 그것도 혼자 먹으니 맛 없어서 병조에게 같이 먹자 했더니 "아빠 나 홍시 싫은데..."한다. 그래도 먹어!하고 좀 큰소리로 이야기 햇더니 짜식이 와서 먹는다. 맛있지? 달지? 떡도 있으면 좋겠는데 그지? 이렇게 말하고 보니 떡이 너무 먹고 싶다. 할 수 없이 마늘까는 여편네에게 떡 있느냐고 물었더니 냉동실에 있어서 쪄야한단다. 치사하지만 홍시에 찰떡 찍어먹는 재미를 포기할 수 없어서 병조 핑게를 대고 떡 좀 쪄달라고 이야기하다. 오우..이 살살 녹는 쫀득한 맛. 자러가니 비릉빡에 허연 종이가 한 장 붙었는데 한 문으로 한 일자를 쓴 것인가 매직으로 길게 줄만 그어져있다. 물어 볼려다 또 말걸어야 하니까 참는다. 저게 뭘까??????

 

 

자다가 팔이 스방놈 팔이 내 얼굴에 대이길래 살며시 목 밑으로 넣고 팔을 베고 누웠다 그래도 뿌리치지 않고. 팔도 빼내지 않는다. 오케이. 이제 좀 풀렷나보다. 그래서 내가 돌아누워 어깨에 팔을 얹어 목을 껴안고는 목 뒷덜미 지압을 해줬다. 시원한가 끙끙 소리를 내며 잔다. 진짜 자는지 가짜로 자는지 모르겠지만. 하다가 손가락이 아파서 그냥 잤는데 자다보니 또 돌아서 잔다. 흠...아직 덜 풀렸다 이말이지.  아침에 일어나 한 일자 밑에 작대 하나 세워 붙인다.

 

 

11월 22일

 

재봉틀로 박은 듯이 입을 봉하고 있었더니 입에서 구린내가 다 날려 한다. 할 수 없이 점심 먹으러 와서는 엄마랑 김장배추 이야기를 했다.

 

 

딸아이가 시험치고 일찍 집에 왔다. 옷을 갈아입고 학원을 간다 하기에 나도 시내 볼일이 있다고 같이 걸어가자고했다. 걸어 가다가 우체국 볼일을 보러 가니 고스방도 거기 와 있다. 어디 송금하러 왔는 모양이다. 아무 아는 척도 안하고 나는 내 볼일을 보니까 딸한테 가서 뭐하러 왔냐고 물어본다. 딸래미가 엄마하고 같이 학원가는 중이야 하고 대답을 하니 자기는 일을 다 봤는가 조금 머뭇거린다. 내가 입금을 시키고 나가려니까 기다렸다는듯이 상민이 보고 학원까지 태워줄테니 차에 타라고 한다. 별로 안타고 싶은데 기어이 타라고 한다. 상민이는 뒷좌석에 앉고 나는 앞에 앉았는데 자기 안전벨트 매면서 날 보고도 매란다. 대답도 안하고 벨트 메니까 윙 하고 달려 농협까지 왔다. 나는 여기서 볼일 봐야 한다고 내린다 하나 내려주면서 기다리란다. 금방 입금표 갖다주고 와서 집까지 태워 줄테니.한다. 치..별로 반갑지도 않고만.

 

 

신경을 좀 곤두세웠더니 오늘은 좀 일찍 잠이 온다. 여편네가 샤워를 하고 잠옷 치마를 입고  내 앞을 지나간다. 다른 때 같으면 아이스께끼를 하고 놀리며 웃었을텐데 아..그것도 못한다.

심심해 죽겟다. 티비도 재밋대가리 하나도 없다.

어제는 마늘을 까더니 오늘은 골파며 미나리며 갓을 다듬으려고 현관 문을 열고 세봉다리나 들여 놓는다. 어이구 저거 다 다듬을려면 날밤을 새야겟다. 사이 좋을 때 같으면 같이 다듬어 줄 것인데 지금은 냉전 중이 아닌가. 에잉 모르는 척 하고 들어가 자야지.

 

 

골파 넉단을 다듬고 미나리 다섯단을 다듬으니 새벽 3시다. 사람이 화가 나면 일도 많이 한다더니 딱 맞는 말이다. 눈이 매워서 창문을 열어놨더니 춥다. 겨우 손 씻고 방에가니 스방놈은 코를 골며 잔다. 살며시 이불을 끌어당겨 잠자는 고스방 등때기에 가까이 갔다. 디게 따뜻하다. 승질은 디러버도 몸 하나는 끝내주게 따뜻하다. 자기 말로는 정이 많아서 몸이 따뜻하다나? 개코나...정은 무슨 정...지금 봐서는 아주 얼음짱같구만. 런닝 속으로 손을 넣어 보려다 차가우면 또 한 소리 하지 싶어서 참았다. 손가락이 아주 그러구 싶어서 간질간질이다. 돌아 누워 자는거 보니 오늘밤도 그냥 자겟다 싶어서 아침에 작대기 세운 글자 옆에 점을 하나 찍어 놓는다.

 

 

11월 23일

 

 

비릉빡에 저 종이는 머할라고 붙여 놓았는지. 글자 꼴을 보니 바를 정자를 쓰는것 같은데. 멀라고 저런 걸 쓰는지 ...물어 볼 수도 없고 답답은 하고. 쩝.

내가 좋아하는 김치찌개를 끓여놨다. 돼지고기를 굵직굵직 딩글딩글하게 썰어서 끓여놨는데 디게 맛있겠다.  생배추도 쌈장에 찍어 먹으니 고소하고 맛있다. 목살 구워서 쌈싸먹으면 더 맛있겠는데 부탁하자면 또 말을 해야하니까 김치찌개로 만족하자. 와..이 국물맛. 너무 맛있다. 청국장 가루를 내것만 여전히 타먹었는데 오늘 아침에는 여편네 것도 좀 타 놓을 걸 그랬다. 뭐 딴 말이 필요한가 그런거 넌즛 해 놓으면 쪼뱅이는 좀 풀어질건데.

 

 

배추를 날라 목욕탕 욕조에다 절였다. 칠십포기 다라이에 담아 날라서 쪼개서 절이고 나니 허리가 끊어질라한다. 그래도 욕조 가득 배추가 가지런히 소금물 뒤집어 쓰고 있는거 보니 이쁘다. 얼른 김장을 해 치워야지. 낮에 점심 먹으로 와서도 고스방은 한 마디 말을 안한다. 여편네 혼자 한 걸 알면 수고했다 한 마디만 해줘도 마음이 녹착지근할건데 그 말 한마디를 아낀다. 에이씨...아껴서 죽을 때 관 속에 넣어갈래나. 생배추를 너무 많이 먹었더니 배가 아프다.

 

 

자러 들어가는데 여편네는 배추 절인걸 씻고 있다.  으....할 수 없지 도와 줄 수도 없고.

 

11월 24일

 

김장을 한다고 아침부터 바쁘다. 나도 일찍 씻고 일 나갔다. 점심을 먹으러 들어가야하는데 상민이가 왔으면 차려달라고 해야지 싶어서 전화를 집에 거니 안 받는다. 고무장갑 낀 손에 양념 디백이가 되었으니 전화를 못 받겟지  어쩔가 하는데 전화가 왔다. 여편네다. 김장은 아직 덜 했다고 한다. 조금 기다렸다가 배가 고파 집으로 밥 먹으러 가니 장갑을 벗으며 밥을 차려준다. 앗..저게 뭐야 돼지고기 수육이잖아. 방금 버무린 배추 대가리 쓱 끊어서 여편네가 김이 무럭무럭 나는 고기랑 같이 가져온다. 맛있다. 그래서 한 마디 한다는게 '김치가 좀 짜잖아"  김장 김치는 좀 짜야 한다고 엄마가 말씀하신다. 여편네도 배가 고팠는가 오무라오무락 잘도 먹는다. 오랜만에 돼지고기를 먹으니 아랫도리가 뻐근한게 힘이 빡 들어온다.

 

 

김장을 끝내고 양념 황태질이 된걸 벗어 던지고 목욕을 하다. 아유 개운해.  어깨가 아파 찜질을 하고 있으니 고스방 전화를 했다. 아이들 자냐고. 안 잔다고 하니 뭐가 먹고 싶은가 물어보란다. 물어볼게 뭐 있나 내가 먹고 싶은걸 이야기 하면 되지. 봉그레 아이스크림 회사에 쿠키앤크림 좀 사오세요 이야기 하니까 득달같이 아이스크림과 빵과 딸기우유를 사가지고 들어왔다. 다아..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ㅎㅎㅎㅎ

 

 

어젯밤, 비릉빡에 바를 정자를 써가던 A4를 떼냇다.

이궁...한 자도 완성 못할 그 삐짐을 왜 하누. ㅋㅋㅋㅋㅋ

 

 

'왕대포집 세째며느리'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 편지  (0) 2004.12.06
아프며 사는 일  (0) 2004.11.29
내가 뭔 지랄을 떨었다구 그려  (0) 2004.11.25
목걸이를 선물로 받다니...  (0) 2004.11.18
기름종이여편네와 머슴  (0) 2004.1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