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요방에 노래를 들으러 가니 노래는 숨어서 나오고 이 아지매 그림이 있네 박꽃같이 하얀 얼굴도 마음에 들고 내가 그토록 하고 싶어하는 빠글빠글 파마도 한 아지매 거기다가 꽃을 가득 들고 내금을 맡으며 웃는 표정이 너무도 좋아 몇 장 그려서 여기저기 편지를 보낸다네
오늘은 어제 종일 비가 온 끗발을 받아 좀 춥네 게다가 아침 일찍 딸아이와 같이 목욕탕에 가서 한겹 때 막까지 벗겨 냈으니 팔뚝에 설렁설렁 도착하는 바람의 느낌이 "춥다, 아 겨울인가벼" 이 말 한 마디 기어이 내지르게 하네.
한지 색깔이 어두워 어떤 색깔이라도 먹어버리네 반짝이 펜을 몇번이나 그어대도 표시가 잘 안 나 그래서 하얀 종이를 덧대본다. 이렇게 붙이다보면 전생에 나는 삯바느질하던 여편네가 아니였나 싶어, 전생의 버릇이 남아 천을 자르고 덧붙이던 아슴아슴한 기억을 퍼 올리고 있는게지
아들은 도서관 가고(시험이라고) 딸은 시험 미리 봤다고 친구랑 김천에 옷 사러가고, 밥 먹으러 들어온 고서방은 아이들이 없다고 심심하다며 밥 먹고 곧장 나가네. 저러니 우리가 친정 가면 혼자 심심해서 어쩔 줄 모르는게지. 빨리 오라고 냅다 전화를 해대고.
나는 조용해서 좋아. 음악을 듣고...바람이 창문을 느닷없이 흔드는 소리를 듣고 그리고 누가 온 양 밖을 내다본다지. 아주 훗날 홀로 될 연습을 미리 해 보는거야.
2004. 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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