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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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횃대 2007. 12. 6. 07:21

새벽 꿈에 내가 안개 낀 아득한 새벽 풍경을 봤어요

어데 사진으로만 본 듯한 그 풍경이 꿈에 하도 생생해서 저 곳이 어딘가 눈여겨 봤습니다

꿈은 계속 이어져 내가 식당을 갔는데 입고 있던 치마의 뒷쪽이 낡아서 여기저기 구멍이 났어요

구멍 난 사이로 속에 입은 황토염색 속바지가 군데군데 다 보이는겁니다.

꿈에서 <이렇게 구멍난 옷을 입고 모르고 돌아다녔으니 이 일을 어쩔고..>하고 고민을 하는데 알람이 울려서 잠에서 깻네요. 꿈에서 봄 안개 낀 풍경이 또 생각나 일어나 잠시 멍하게 앉아 있었더랬습니다.

 

아직은 어두운 새벽인데 빗소리가 쪼작쪼작 나는거예요. 마악 시작한 빗방울의 발자욱 소리가 귀에 조끔씩 들리는겁니다. 저희들은 숨 죽여 내딛는 걸음일지 몰라도 내 귓바퀴가 고요 가운데 첨예하게 움직이는고예요. 상상해 보세요. 어둠 속에 귀 속의 미세한 청각 세포들이 깨금발을 하고 벽 너머의 빗소리를 따라가는.

상상이 잘 안 되면 눈을 감고 내가 누워 있는 곳으로부터 시작해 봅니다.

 

아슴푸레 들리는 발자욱 소리. 쪼작쪼작...빗소리와 내 감감이 숨바꼭질을 하는 듯 합니다. 그렇게 귀 기울이고 있으면 더욱 부산히 움직이는 그들의 움직임을 알아차려요. 귀에다 손을 동그랗게 말아서 갖대 대고 은밀히 말하는 음성같습니다. 애인이 잠자는 연인의 귀에 대고 속삭이는 것 처럼. 

 

화장대 서랍을 정리하는데 깊숙한 곳에서 작년 일기장이 나왔어요. 고스방이 붓글씨고 굳이 2006년이라고 써 주었던 그 한지 일기장. 거기엔 겨우 3월 4일까지의 일기만 쓰여져 있습니다. 나머지 분량은 또 다른 노트에 있겠지요. 쓰다가 지질이 마뜩찮아서 다른 노트로 옮겼어요. 사람은 찌질허니 그런데 왜 종이질..이런 거는 엄청 까다롭게 따지나 모르겠어요. 그 일기장에 저렇게 뭐라고 써놨어요. 아마 오늘처럼 새벽꿈에서 깨어 끼적거려 놓았나봅니다. 그 때도 꿈이야기가 쓰여있어요.

꿈과 현실, 그리고 기록들이 맞물려서 이제 12월도 며칠이나 지났네요.

 

주민자치센터에서 각 마을회관마다 나눠 줄 김장을 햇어요. 배추 포기가 작아서 그렇지 포기수로 따진다면 한 오백포기 했어요. 하필이면 젤 추운 그저께 배추를 절이고 어제는 여러 사람들이 도와서 배추를 버무려 통에 담았어요. 고추가루 육십근을 넘게 후렸으니 옷이 남아나겠습니까. 온통 삘건 양념이 묻어서.

그래도 모두들 좋다고 돼지고기 수육에 김치를 싸서 소주 한 잔과 더불어 서로의 입에 넣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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