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수전 난간에서 늙어 가는 부부가 사진을 찍었다. 한 솥밥 오래 먹었으니 좀 닮아 가능가?)
(무주 적상댐에 있는 한전 박물관. 여러가지 자료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친정 큰동생 식구들. 올케는 넘으 식구 사진 찍어 주느라고 제 식구 찍을 때 빠졌다. 보조개 쏙 들어 간놈이 문환이, 옆에가 태환이, 딸래미는 장녀 채은이, 그리고 큰 동생- 마흔 넷이다.)
(무주 33경 가운데 하나인 수성대, 을 가로 지르는 다리가 놓여있다)
지난 일주일 동안 요 이쁜 놈들이 우리집에 왔다. 친정 조카들인 문환이와 태환이
오학년, 삼학년 올라가는 초딩 개구장이들은 고모, 고모 소리를 입에 달고 다녔다.
샘이 많이 고스방은 "그누무 고모 하도 불러 싸서 닳는거라면 다 닳고 없어졌겠다"면서 고모부를 자주 불러 주지 않는 불평을 했다.
바깥에 내가 데려나갈 시간이 없으니 꼬박 집 안에서 일주일을 보냈는데 티비보다가 컴퓨터하다가 그렇게 지루한 일상을 보냈다.
하루는 잠깐 짬을 내서 배추밭에 데리고가 떡갈배추를 뽑아오는데 오토바이를 태워줬더니 동네 한 바퀴하고 가자해서 오토바이로 한 바퀴 돌고 들어왔다. 내가 낫으로 배추 밑둥을 쓱쓱 베니 그게 보기처럼 쉬운 줄 알고 저희들고 해 본다고 낫가지고 덤볐는데 즈그 힘으로 되간? 서너번 도전하다가 못 하겠다면서 그게 보기보다 어렵다고 얘길 한다.
데려 올 때는 두 밤만 자고 집으로 가자 하면서 데리고 왔는데 어제(12일)에 무주리조트로 스키를 타러 간다고 예약을 해 놓아서 아이들도 데리러 올겸 동생내외가 황간으로 왔다.
짐을 싸서 우리 아이들과 같이 먼저 무주스키장으로 보내고, 나는 저녁에 아버님,어머님 저녁을 차려 드리고 무주로 고스방과 같이 출발했다. 스키장에서 사 먹으면 비싸기만 하고 먹을게 없다고 고스방이 치킨이며 김밥이며 돼지고기 구워 먹는다며 목살에 삼겹살에 바리바리 싸들고 갔다.
놀러 간거지 먹으러 간거냐구 물으니, 다 먹어가며 놀아야한다고 바나나까지 두 장갑을 산다.
영동을 지나 무주에서 리조트까지 가기란 그리 시간이 오래걸리지 않는다. 도착하니 무주 스키�은 불야성을 이루고, 어느 구석에서 몰려 왔는지 차량에 인파에 리조트는 그야말로 만원사례다.
다들 언제 중급, 고급 코스를 익혔는지 슬로프를 타기 위해 줄을 서 있는게 무슨 물결처럼 보인다. 밤이 되니 안개가 자욱하다. 비가 와서 눈이 녹아 철벅철벅 난리다.
꼭대기에서 코스를 따라 스키로, 또는 보드를 타고 유연하게 내려 오는 모습을 보니 부럽다.
나도 이년 전에는 보드를 배워야지하고 다짐을 하기도 했지만 이젠 자신이 없다.
스키장에 처음 간 고스방. 그거 타는게 만만찮아요 하고 내가 이야기하니, 걱정을 하덜덜 말으란다.
옛날에 외발 스케이트(나무로 만든) 타던 균형감각이 어디가겠느냐고.
처음 스키부츠를 신으면 발목이 굴절이 안되니까 무슨 로봇 다리처럼 이상한데 그것을 극복하고 고스방은 초보코스에서 몇번을 오르락 내리락하였는데도 넘어지지 않는다. 첨에야 무섭게 내려가는 속도감에 바짝 긴장을 했지만 나중에 몇 번 타더니 신나서 잘 탄다.
나는 두번 타고 세번째 넘어져서 고서방 손잡고 일어서서는 고만 부츠를 벗어버렸다. 괜히 무릎 걱정이 되서 사람이 자꾸 움츠러든다. 꽃피던 봄날은 지났노라. 서글픈 인생이여.
아이들은 아홉시가 되자 파김치가 되어서 되돌아 온다. 실컷 타라고 해도 힘 들어 못하겠다고 기어서 온다. 장비 챙기고 가방에 옷에 떡데기가 된 장갑에...챙겨서 콘도로 되돌아와서 저녁을 먹는다.
고스방은 자고 같이 가자고 해도 기어이 열두시가 되자 집으로 가겠단다. 일하는게 걱정이 되서 놀수 조차 없다. 평생을 그렇게 살았으니 노는게 편하질 않다. 혼자 도마령을 넘어서 갔단다. 1시쯤 집에 도착했다고 전화가 왔다. 깜깜한 도마령, 불빛도 지나다니는 차도 없는 그 겁나는 산길을 어떻게 혼자 넘어갔는지..
다음 날 아침,
모두 느즈막히 일어나 아침을 먹고 커피 한 잔 느긋하게 먹고 돌아 나오는데 일요일이라고 스키타러 리조트로 향하는 차량의 행렬이 장난이 아니다. 오늘 저 차 안에 탄 사람들 스키 두 번 타면 해 지겠다. 아니아니 해 떠 있을 동안 리조트 안으로 들어 갈 수 있을런지도 몰라.
적상산 안적사에 가 보려고 길을 잡았으나 산 정상에 하얗게 덮힌 눈으로 미루어 그 길을 오를 수 있을까 하였는데 아니나 다를까 절까지는 차량이 오를 수 없단다. 먼발치서 안적사 지붕말래이 눈이 하얗게 덮힌 걸 보는 걸로 만족할 밖에. 여름에 다시 오자 애들아.
행여나 안적사 내리막길에서 비닐썰매를 타 볼려고 비닐 봉다리를 청소하는 아저씨에게 가서 얻어 온 조카의 실망이란. 우리만 아니고 다른 차량들도 발길을 돌린다.
기껏 돌아다니다 점심을 먹는다는게 우리동네 월류봉 강산가든에서 쏘가리, 매기 매운탕이다.
전화를 했더니 어제 먼저 간 고스방이 왔다. 점심을 먹고는 또 다시 반야사 문수전으로 일행을 데리고 간다. 문수전 계단을 밟고 올라가 문수전에서 기도를 하고 못난이하고 사진 한 판 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