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일월
아침에 설거지 해놓고 후딱 청소기 돌리고는 모자쓰고 산책가요 완정리 다리까지 걸어 갔다 오면 딱, 한 시간 반이 걸려요 천천히 걸어가면서 양쪽을 둘러보면 이제 배꼽까지 단풍 외투를 걸친 산들이 나오고 어젯밤 졸창지간 비명횡사한 뱀을 만니기도 합니다 그러다가 바람 한 푸대 불어 오는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기다렸다는 듯 붉은 감 잎이 쪼르르 내 발 앞으로 마중을 나와요 나는 그럼 발걸음을 멈추고 무릎을 살며시 내려 놓으며 그녀에게 악수를 청해요 바람모퉁이에서 얼마나 떨고 서 있었던지 그녀의 몸은 차갑습니다. 걸어 오며 짬짬히 주머니를 벌려 볕도 몇 줌 넣어 두었기에 나는 그녀를 주머니에 넣고는 집으로 와요. 따뜻하게 몸이 풀린 그녀를 책상 우에 얹어 놓고 십일월의 모델로 달력을 그려요. 누가 모델이 어떻더냐고 물으면 이렇게 대답하려구요
"존나 빨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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