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짓달 열 하룻날은 말(午)날이래요
메주를 쒀도 탈이 없는 날이라네요
어제 피곤함을 무릅쓰고 콩 두 말을 씻어서 담궜재요
대구가서 어지가히 놀아재겼게요
토요일은 초딩 동기모임가서 새북 한 시까지 놀다가 집에 갔지요
엄마가 늦게 오는 딸년 문 열어 주겠다고 마루에서 주무시더만요
엄마는, 올케와 같이 사는데 시누가 늦게 와서 문 열어 달라고 자는 사람 깨우면 얼마나 미울까 싶어서
문열어 줄라고 부득부득 우겨 마루에 누워있었는데 정작 울 올케는 내게 문자를 보내서
집에 도착해서 전화하면 자기가 문열어 주겠다고 하네요. 큰 올케와 나는 전생에 무슨 찰떡 인연이였는지
그럴 수 없이 사이가 좋아요.
그렇게 놀다가 다음날 일찍 일어나 준비해서 집에 왔더니 엄니께서 감기에 걸려서 병이 나셨세요
겁이 난 고스방이 전화를 연신연신 해댑니다.
도착하자마자 가방 던져 놓고는 콩나물 사다가 고기 다져 얹어 콩나물밥을 뜨끈하게 해 드렸더니 한 그릇
맛있게 드십니다. 그러고 한약 달여 놓은 감기약을 드시더니 생각보다 오래 가지 않고 오늘은 괘안아 지신거
같어요. 겨울이며 으레 한 번씩 하는 감기건만 효자 고스방은 풀방구리 쥐 드나들 듯 봉지봉지 먹을 것
사다나르기 바빠요. 내 감기 걸렸을 때도 누가 뜨끈하게 밥 한 상 지어 먹으라고 갖다주면 감기 금방 나을것
같어. 하기사 나도 감기약은 따로 있었재요. 계속 기침하고 콧물 나오고 가래가 가랑가랑 끓더니만, 대구 가서
연이틀 소주잔 낫게 부어 목구멍을 화끈하게 데워 주었더니만 고만 감기가 뚝 떨어졌세요. ㅎㅎ
사람마다 다 ~~~아 자기 처방이 따로 있나봅니다.
시엄니는 아들 메누리 정성으로 감기가 낫고, 기댈 언덕도 부빌 뽈떼기도 없는 나같은 사람은 그냥 소주 댓잔
털어 넣고는 감기 털어버리고. ㅋㅋ
그래서,
오늘은 종일 메주콩을 푸욱 삶아서 저녁엔 메주를 딛였지요
어제 콩을 다라이에 담아 물 부어 놓았더니 아침에 얼음이 한 겹 뚜껑으로 덮혀서 팅팅 불어 있어요
가스를 부르고 버너를 연결하고 콩을 일어 솥에 부어서 진드거니 종일 끓였더니 메주콩이 누렇다못해 발갛게
익었세요
물을 잦여 빼득하니 퍼진 콩을 퍼와서 자루에 담아 발로 밟아요
옛날에는 절구공이로 그걸 찧었는데 하이고 그거 정말 죽먹고는 못할 일이여. 삶은 콩이 어찌나 차진지 절구공이 콩에서 떼내는 일이 얼라 낳는 폭이나 되요. 그러나 이젠 그렇게 하지 않고 푹 무른 콩을 자루에 넣어 지근지근 밟으면 콩이 물크러져요. 그러게 힘 쓰지 말고 머리 쓰라고 했잖여. 용을 쓰지 말고 머릴 쓰랑께!
틀에다 대각선으로 보자기를 깔고는 밟은 콩을 장갑 낀 손으로 큰 덩어리씩 떼서 틀 구석구석 꾸셔 박아 넣어줘요. 어느 정도 틀 크기만큼 콩을 넣고 보자기를 꽉, 비틀어 쥐고는 위에 수건을 얹어 놓고 자근자근 밟아요
틀 속에 메주는 물크덩물크덩 다져지재요. 너무 다져도 그렇고 너무 덜 다져 만들어도 그렇고..그 적당함을
비틀어 쥔 어머님의 손과 무지막지 밟아대는 내 큰 발이 용하게 찾아내요
날라름하게 마루 구석자리에 짚을 깔고 한 이틀 말려요
꾸덕꾸덕 마르면 짚으로 매달아 시렁같은데 걸어 놓으면 되요
이제 진짜 겨울 맞을 채비를 다 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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