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노을이 설울꾸나

황금횃대 2009. 4. 15. 07:55

 

 

 

난 아마 전생에 말야

삯바느질로 살어가는 청상이였거나...훗.

이상하게 바늘만 손에 쥐면 마음이 가라앉아

퀼트바늘은 그냥 바느질 바늘하고 달라서

얼마나 작은지 몰라

옛날에 외갓집에 가면 이모들이 친구들과 모여 앉아서

홀치기를 했어

홀치기틀에다 비단에 땡땡이 무늬가 지겹도록 박힌 것을

홀치기 바늘에 걸어가며 명주실로 한 바퀴 매듭을 짓는거야

명주 한 필을 홀치기해서 묶어 놓으면 명주폭이 확 줄어들었지

이모들은 긴긴 밤에 이미자 노래를 부르고

문주란의 레파토리를 외면서

명주필에다 홀치기를 했지

달가닥,달가닥 실패가 홀치기바늘쇠를 부딪치며 장단을 맞추고

노래는 설움도 없이 흘렀는데

어린 우리들은 그 노래소리와 홀치기 장단에 깜빡깜박 조으는 사이.

 

동지 섣달 시린 밤,

서릿발은 땅우에 부시도록 흰 키를 세우고

달빛은 도저 사람이 닿을 수 없는 맑은 기운을 쏟아 부었네

 

그 이모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그 때 나이의 곱절의 세월에 또 한 곱절의 세월이 더해진 지금

뜬금없이 이모들의 노래가 그립다.

 

옌나알에 이이기일은 꽃가마아타고 말 탄님 따라서 시집 가던 길

여기던가 저기던가 복사꽃 고옵게 피어 있던 길

한 세에상 다아하여 돌아 가는 길

저무는 하늘까예, 노을이 설울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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