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집이 싫다.

황금횃대 2009. 4. 16. 22:37

 

집이 싫다

저녁만 해 먹고 설거지도 담궈 둔 채 회관으로 간다

하루종일 집 안에 머물다가 저물어서 대문 밖으로 나간다

감잎은 하루가 다르게 웅성웅성 깨어난다.

애기똥풀도 제비꽃도 역시 그러하다

산에는 군데군데 분홍물감이 번진 듯 벚꽃과 겹벚꽃이 야생으로 흐드러졌다.

회관의 문을 열고 한 칸방짜리 경로당의 방바닥을 비질한다.

종일 할머니들이 부대낀 냄새와 부침개를 구워 먹은 흔적이 흐릿한 공기로 떠돌고 있다.

머리카락과 먼지, 살비듬 떨어진 것들을 쓸어서 문 밖에 버린다.

 

방바닥에 엎드려 일기를 쓴다

졸창지간 당한 죽음의 날부터 기록은 멈춰있다.

차근차근 생각하며 줄들을 메워나간다. 새삼 분노가 솟구친다

웃음도 저만치 물려 놓았다. 도무지 내가 언제 웃었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죽은 사람도 그렇지만 나도 위로를 받아야 한다고 속에서 무엇이 자꾸 치밀어 오른다

낮에는 잠깐 낮잠을 잤지

꿈에서 나는 집으로 가는 길에 길에 버려진 내 지갑을 발견했고, 들여다보니 카드고 현금이고 영수증이고 텅텅 비어있다.

꿈에서도 나는 카드번호와 비상연락 전화번호를 어디 따로 적어 놓지 않는것에 머리를 쥐어 뜯었고

방앗간에 들어가 전화를 빌려 아무리 통화를 시도해도 전화가 안된다. 꿈에서는 통화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늘 그랬다.

울다가 울다가 깼다. 팔이 어찌나 저린지..꿈 속에서 어찌나 용을 쓰며 울었던지 팔을 오그리지도 펴지도 못한다. 넋을 놓은 듯 앉았다가 겨우 팔을 어찌 움직여본다.

 

저녁을 차린다

억지로 한 숟갈 먹고 혈압약을 먹는다.

오른쪽 가슴에서 자주 통증이 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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