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이라네
달력도 이제 중반 레이스에 접어든게지
포도꽃 떨어지고 알솎기하고나면 포도 봉지싸고
그러면 포도일도 어지가히 마무리치는데
그게 유월 한 달동안 그 일을 하게 돼.
종일 팔 들고 포도순 정리하다가 집에 가서 드러누우면
오라는 잠은 안 오고 그져 푸른 하늘을 일렁거리던 초록 이파리만 눈에 어른거리지
안화리 동네 산 너머로 해님이 꿀떡, 넘어가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늘이 밭 이쪽에서 저쪽까지 쫙, 펼쳐져.
그럼 밭 머리에 무릎 세우고 앉아서
처연히 오늘 일 한 골을 되짚어 눈으로 더듬는다지.
점심 먹은 밥그륵 주섬주섬 챙겨서 오토바이에 싣고
좁은 농로 굽이길을 돌아나오면
밭둑가에는 저렇게 찔레가 볕보다 더 부시게 피어
데근하게 산 하루의 노동을 보상해주는데
가시만 없다면 한 발 내려서
저 꽃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었을걸.
티비에서 얼굴만 잠깐 봐도 짜증나는 某씨가 있는 반면
세상의 구석에는 저렇게 환한 꽃들이 있어
나는 늦은 밤 붓을 찾아
저 모습 잊혀지기 전에....
잊은 들.
낼 아침 밭에 가면 또 보게 되는데 뭐.
유월
잘 지내고 계시라..
내 곧, 찔레처럼 웃으며 그대들에게 다가 갈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