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유월

황금횃대 2009. 6. 1. 07:57

 

 

유월이라네

달력도 이제 중반 레이스에 접어든게지

포도꽃 떨어지고 알솎기하고나면 포도 봉지싸고

그러면 포도일도 어지가히 마무리치는데

그게 유월 한 달동안 그 일을 하게 돼.

종일 팔 들고 포도순 정리하다가 집에 가서 드러누우면

오라는 잠은 안 오고 그져 푸른 하늘을 일렁거리던 초록 이파리만 눈에 어른거리지

 

안화리 동네 산 너머로 해님이 꿀떡, 넘어가고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늘이 밭 이쪽에서 저쪽까지 쫙, 펼쳐져.

그럼 밭 머리에 무릎 세우고 앉아서

처연히 오늘 일 한 골을 되짚어 눈으로 더듬는다지.

 

점심 먹은 밥그륵 주섬주섬 챙겨서 오토바이에 싣고

좁은 농로 굽이길을 돌아나오면

밭둑가에는 저렇게 찔레가 볕보다 더 부시게 피어

데근하게 산 하루의 노동을 보상해주는데

가시만 없다면 한 발 내려서

저 꽃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주었을걸.

 

티비에서 얼굴만 잠깐 봐도 짜증나는 某씨가 있는 반면

세상의 구석에는 저렇게 환한 꽃들이 있어

나는 늦은 밤 붓을 찾아

저 모습 잊혀지기 전에....

 

잊은 들.

낼 아침 밭에 가면 또 보게 되는데 뭐.

 

유월

잘 지내고 계시라..

내 곧, 찔레처럼 웃으며 그대들에게 다가 갈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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