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이렇게 비가 실실 내려 사람의 기분을 사정없이 조져대면
허름한 술청에 들어 막걸리 한 사발 하면 좋겠다.
바짓단에 붙어 있는 도깨비풀씨를 뜯어 내며 파전을 찢고
막걸리 주전자에 흘러 내린 술을 아깝다는 듯 손으로 훔쳐 훌쩍 빨아 먹으며
대낮부터 벌겋게 가슴이 물들었으면 좋겠다.
시고모님은 여든 두해의 고행 끝에 아침에 돌아가시고
형제간의 죽음도 의연히 받아 들이는 나이가 된 아버님의 형제들은
연통으로 걸어 온 전화 외엔 아무 반응이 없다.
나서, 살다, 죽는 것.
이렇게 간단한 것을 매번 애닯아하고 간장이 녹아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