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이

입대 오분 전,

황금횃대 2011. 2. 28. 16:00

 

 

 

아버지는 아들을 세워 놓고 사진 한 장을 찍는다

아들놈은 사진은 무신 사진이냐고 면박을 주지만 실쩌기 아부지 옆에 선다

세상의 아들과 세상의 아부지들이 모두 진주 공군교육사령부 앞 공터에서 사진은 찍는다

어떤이의 아버지는 눈이 벌겋고

어떤이의 어머니는 손수건을 입에 물고 울음을 참고 있다

그 와중에도 어떤이는 가족을 태우고 차를 돌리고

또 어떤 엄마는 눈물 한 방울 보태지 않고 아들에게 손을 흔들며 한 손으로는 등을 떠밀어 보낸다

그게 나다.

짠한 고스방은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교육사 문을 비집고 들어가 아들이 하매나 한 번 돌아볼까

뒷모습을 눈길로 좇아보지만 아들은 뒤도 한 번 안 돌아보고 제 갈길을 간다

 

그래, 그래야 하느니라

네가 가는 길은 이제 너 혼자 그렇게 자유롭게 가는 길이니라

 

집에 와서도 나는 잠을 잘청하는데

아바이는 혼자서 땀작거리고 있다.

"뭘 그리 그케싸요 이제 국가에서 다 믹이주고 재와주는데..."

 

으이고 매정한 여편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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