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풍경 5

황금횃대 2005. 7. 11. 10:08


 

 

아빠 고추의 털을 틈새도 없이 시커멓게 칠해버리는 아우 좋아의 딸이 이쁘듯

내 딸도 고만할 때는 참 이뻣다

세상에 딸 없는 이의 비극이란...내 필설로 다 말을 못한다

 


 

딸이 그린 그림조차 아까왔다. 그걸 뭔 자랑이라고 시집도 안 간 친구에게 오려 붙여서 편지로 보냈으니. 딸은 나와 양력 생일이 같다. 둘 다 음력으로는 초 나흗날, 초 이랫날이라 설명절 바로 뒤라서 생일 찾아 먹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내가 과감하게 생일을 양력으로 했다.

"생일을 양력으로 바꾸는 사람이 어딧어?" 어머님은 아직도 그 이야기를 하시지만, 어딧긴 여기 있지. 내 생일 내 맘대로.

 

 


 

기억하지...에미란 딸에 관한 한 무엇이든 기억하지...

오이밭에 오이는 날씬한 오이 이리보고 저리봐도 날씬한데

둥글둥글 호박이 놀러왔다가~

이렇게 같은 노래를 몇번이나 반복하며 딸은 오이를 그리고 당근을 그리고 배추를 그렸다

그것도 이쁘지, 오물오물 노래 부르는 입도 이쁘고 통통한 손가락으로 저리 웃는 채소를 그리는

딸의 손가락도 이쁘지.

 


 


 

이제 딸은 엄마를 가장 잘 이해하고 위로해 준다.

서방?

흥!

 

어젯밤에도 이순신 녹화를 제대로 해 놓지 않았다고 난리버그지를 쳤다

입술 끝에 <녹화 잘 하는 여편네 델다 놓고 살엇!>하는 말이 떨어질랑말랑 달랑거렸다

욕 댓바가지 얻어먹고 돌아서서 자는데 뭔가 싶지...

 

그래도 딸이 이뻐서

아니아니아니아니...이러구 살아도 아침이면 다시 환하게 피어나는 꽃같은 내가 좋아서

나는 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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