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표 / 이정록
우표의 뒷면은
얼어붙은 호수 같다
가장자리를 따라
얼음 구멍까지 뚫어놓았다
침이라도 바를라치면
뜨건 살갗 잡아당기는 것까지
우표는 쩔걱쩔걱한 얼음판을 닮았다
우표와 마주치면 언제라도
혓바늘 서듯 그대 다시 살아나
지난 몇십 년의 겨울을 건너가고 싶다
꼬리지느러미
좋은 화염의 추억에 초고추장 찍어
아, 그대의 입천장 들여다보고 싶다
편지봉투를 불자, 아뜩하게
얼음 깨지는 소리며
빙어 튀어 오르는 소리 올라온다
불면의 딱따구리가 내 늑골에다 파놓은 구멍들
그 어두운 우체통에 답장을 넣어다오
저
얼음 우표가 봄으로 가듯
나의 경계도 소통을 꿈꾼다
우표의 울타리, 빙어알 만한 구멍들도
반절로 쪼개지며 온전한 한
장의 우표가 된다
우표의 뒷면에 혀를 댄다
입술과 우표가 나누는 아름다운 내통
입맞춤의 떨림이 사금파리처럼 싸하다
그대 얼음장 안에 갇혀 있는 한
성에 가득한 혓바닥, 그 끝자리에
언 목젖을 가다듬는 내가 있다
작년 크리스마스 선물로 광주사는 아자씨가 우표를 이백장을 보내왔다
선물치고는 아조 내게 딱 맞는 선물이라.
어제 둘도사님한테 편지 한 장 써서 붙이고 남은 우표를 세어보니 딱 백장 남았다
그러니까 올 상반기에 편지를 백통 썼다는 이야기다.
재고 우표가 있으면 절대 새 우표를 사지 않는다는
편지쓰는 사람계의 정석이 있다.(ㅎㅎ 믿거나 말거나)
며칠 전에는 갑자기 엽서가 쓰고 싶어서 우체국에 엽서를 사러갔다가
동전 지갑을 놓아두고 그냥 온 모양인데 정작 나는 그걸 어디에 놓아두고 온지 몰라서
잃어버렸나...했었다.
근데 어제 편지를 부치러 가니 창구에 있는 아지매가 동전 지갑을 꺼내며
"이거 상순씨꺼 맞지?"하고 묻는다
하이고 반가와..이거 울 아덜놈이 수학여행가서 날 주려고 선물로 사 온 지갑인데..
맞다고 대답하니, 어쩐지 모양하고 잔돈 들었는 폼이 딱 상순씨꺼 맞지 싶더라나.
그 우편물창구담당 아지매의 직관을 이쁘게 봐야할지...의심을 해야할지 모를 일이지만
여튼 <나 답다>는, <상순이 답다>는 모양새가 마흔 넘으니 슬슬 생기나 보다
가끔 무슨 일에 내가 발빠르고 단순명쾌하게 대처를 하면 역시나 돌아 오는 소리 <상순이 답다>
도대체 나 답고, 상순이 다운게 뭘까....생각을 해보는데
통 모르겠다. 나야말로 <대댕키는대로 사는> 표본이 아닌가 말이다
칼날같이 예리한 이론도 없고, 엥간하믄 두루뭉실 <존기 조타!> 하는 방식을 평생 써먹고 사는데
니 좋으면 나도 좋고, 나 좋으면 니도 좋컷지 뭐...내가 사는 방식은 바로 이것이다.
저눔우 화상 승질머리를 대가리 피 터지게 싸워서라도 바꿔놔야지...이런 마음이 없다는거다
살다보면 이리 둔한 나도 깨닫는데 너라고 왜 못 깨닫긋냐..기댈리 보자 이런 식이다.
시집 오기 전, 울 아버지 성격이 이러셨다
술에 술 탄듯 물에 물 탄듯, 다른 사람에게 폐 될일은 절대 안하고 내 몸이 조금 피곤하더라도 내 손가서 처리하는기 맘 펜하고..그래서 울 엄니가 많이 속상해하셨다
집 가까운 곳에 텃밭을 가꿔도 지극 정성, 이우재 다른 사람들은 절대 쓸지 않는 골목길을 아버지는 새벽에 쓸고 저녁에 쓸고 하루에 두 번씩 땀을 철철 흘리가며 쓸으셨다
그럼 엄마는 더운데 왜 그러냐고, 시원한 그늘막에 쉬지 왜 저리 몸을 움직여 땀을 첲철 흘리는지 몰것다고 지청구를 하셨다. 그럼 아버지는..
천성이 부지런하시니 어쩔 수가 없다.
나는 아버지의 부지런한 성경을 안 물려받고 그냥 사람 좋은 것만 물려받았다.
맺고 끊는게 잘 없고 그냥 질질 끌고 간다.
좋아도 질질, 나빠도 질질...ㅎㅎㅎㅎ
그래서 성격이 명확하고 결단성 있는 사람들의 성격이 부럽다. 그러나 단지 부러워만 할 뿐, 닮아보자 노력하는 구석은 없다. 그게 <상순이 답다>의 실체인가? ㅎㅎㅎㅎ
무슨 이야기를 할래다 삼천포를 빠졌노
나는 매일 써도 별 생각이 없던 우표를 이정록 시인은 저리 깊게 표현을 해 놨으니 시인이란 차암...
옛날 시 카페에 가입을 해서는 나도 시쓰는 공부 좀 해볼라고 포도 알 솎으면서도 시, 바람이 불어도 시...온통 시가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더만 역쉬...아니구나 하고 손을 놓았다.
근데 아이들이 쓴 시를 보면 또 그게 아닌데..
방구
방구는 여러사람이 뀌는 것이다
내가 한 번 껴보니
방구가 '뽕' 나왔고
어떨 땐 '뚜뚜뚜두'나올 때도 있다
방구를 참으면 둥그런 비누방울이 나오는 것 같다
그게 터지면
잠지가 간지럽다
1994.7.14 이정주(서울 초당초등학교 1학년 )
모두 이런 경험 한 번쯤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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