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구월

황금횃대 2005. 8. 22. 20:29


 

 

 

 

이 종이는 두꺼워서 뒷면에 뭐라고 주끼도 앞면에 안 비쳐요. 김수영씨 시에 <미룡인찰지>라는 한문이 나오는 시가 있어요. <미룡인찰지>의 지질은 어떤것인가 아직도 궁금해요. 그 시를 읽은지는 꽤 되었죠?

누구는 누나나 언니, 오빠를 통해 어깨너머로 보아왔던 김수영의 시를 나는 그런저런 배경없이 깡으로 읽었어요. 지금도 김수영과 그의 시 그리고 훗날 그의 추종자들은 몽롱하고 아련한 눈으로 배경과 시를 얘기해요

<누나, 언니, 오빠>들을 통해서 김수영을 알았던 사람은 나같은 사람 편에서 보면 마치 옛날 한 때 잘 살아 깃발 펄럭이던 부자집구석같은 배경 혹은 빽처럼 보이기도 한다지요. 가끔 사람은 이렇게 별것 아닌 것에도 질투를 하고 상대적 빈곤을 체험하기도 합니다. 못나서 그래요.

 

그 동네까지 갈라믄 좀 일찌근히 서둘러 부쳐야지요.

좋은 화장품 사 쓰고 마티즈 끌고 다니는 친구 부러워한다고 실망하셨나요 나도 그럴 때 있습니다. 쌍수니는 이러이러한데..하는 틀 속에 집어넣어지는게 싫을 때도 있어요

뭐니뭐니해도  스방놈이 최고요! 말은 이렇게 해도 나는 평생 연애감정을 품고 삽니다. 한 놈한테도 제대로 못하면서 바람끼는? 하시면 헐말은 없지만서두 눙깔은 까재미처럼 곁눈질을 자주합니다.

 

한국에 오시면 거기 된장공장 들르시게요?

구월, 더도덜도 말고 요새만 같어라 하고 시도때도 없이 써먹을 계절. 어느 순간 옆구리에서 서늘한 가을바람 한 자락  쓰윽 불더라도 마악 맺은 연꽃 봉우리 생각하여

따/뜻/하/십/시/요.

 

 

2005년 8월 22일

대추나무집 전상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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