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여자
죽어도 농사는 못짓겠다고
그녀가 공장 임시직 음료수 포장대로 걸어갔다
땡볕에 죽으라 허리 구부리고
산비탈 외발구르마에 물고추 백근씩을 실어나르며
앙다문 어금니로 좌우균형 잡아 내더니
지난 겨울 구르마를 엎었다
입 안으로 스며든 소금 땀을 뱉어내면서
씨팔, 부기이급자격증에 타자이급자격증,
거기다 짧은 손가락으로 눈물겹게 따낸 주산일급자격증
그게 무슨 소용이고?
입술로 구겨버렸다 어디 처박혀 있는지도 모르는
한국검정공단의 주소
아주 단순해
힘들지 않아
하루종일 테이프만 이렇게 감아주면 돼
생각도 필요 없고
웃어주지 않아도 기계는 돌아간단다
농사지을 때는 쳐다도 못보는 화장품
역시 비싸니까 좋더라 화사하니 얼굴이 잘 먹어
외상으로 그을 수도 있는 배포가 생긴것도
고추농사 집어 던진 덕택이지
너두 포도농사 때려 치우고 나랑
돈 벌러가자
푸른 감잎사구는 하늘을 자꾸 가리고
어데 눈 둘곳 없는 나는
깡통 그 시시한 것에도 살을 베어버린
그녀의 손가락 상처에 마음만 가 닿아서
아주 꼼짝도 않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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