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황금횃대 2005. 9. 21. 09:28

아침에도 밥을 잘 못했다고 한 소리 들었다

주부 팔단, 내공 육십갑자라고 떠들고 댕기쌌치만 밥을 못하면 그 모든 것들이 한 순간에 와르르다.

 

식구가 많은 집이라 밥솥의 종류는 가마솥으로부터 시작해서 삼인용 전기밥솥에 그보다 좀 더 큰 십인용에다 며칠 전 식구들 많을 때 쓴다고 35인용을 새로샀지.압력밥솥도 전기 사용하는 것까지 합쳐서 세 개나 되지만, 우찌된 심판인지 나는 밥을 잘 못한다. 밥 잘하는 아지매에게 조언을 들어 쌀을 불려하면 밥이 질어지고, 놀래서 물을 좀 줄이면 당장 꼬두밥을 밥솥을 내놓는다.

그러니 된밥, 진밥 그도저도 아닌 성급한 밥을 매번 번갈아가며 먹는 고스방의 얼굴에 짜증이서렸다. 오늘도 새벽꿈에 신발을 사러갔는데, 그 신발이 어찌 편하고 마음에 들던지, 이 신을 신고 어딜갈까...하고 새 신을 신고 신발집 마당을 왔다갔다 하는 꿈을 꾸다가 깨니 일곱시가 다 됐다

 

후다닥 일어나 하는 밥이 제대로 될리가 없다. 어이쿠...어제도 압력밥솥 뚜껑을 잘 못 닫아서 김이 밖으로 새는 바람에 밥이 퍼시시하니 귀신 머리카락처럼 낱낱 흩어져 도저 젓가락으로는 밥을 뜰 수가 없게 맹글어 놔서 종일 한 종지씩 떠 내는 밥에 지청구 열바가지를 들었고만, 아침에도 급히 한 밥이 뜸이 덜 들어 물기가 밥알에 스미지 않고 질척흐니 쌀 따로 물 따로 그아말로 희안한 밥이 되었다.

 

뜨거운 밥은 질색을 하는 고스방. 그 물기어린 질척한 금방한 밥을 압력밥솥에서 퍼 주었더니 고만 볼멘소리 한 마디 한다.

"맨날 하는 밥을 맨날 이렇게 다르게 하기도 힘들거고만, 밥 하나도 지대로 못하면서 뭔....."

 

아! 저 스방 묵음처리하는 뒷말이 무섭다.

신경질이 나는가 반찬 뚜껑을 식탁위에 우당탕탕 벗겨놓더니 나박김치 국물을 떠 놓다가 그만 찬물을 들이부어 훌훌마신다. ㅎㅎㅎ아이고 등때기 땀이 버썩 난다.

아버님 앞이라 부애는 못내고 밥에다 화풀이를 하면서 숟가락으로 밥을 탕탕 풀어서 마는데 간장이 오그라든다.

 

잘 낳으려고 치성드려 낳는 자슥이 뭐 어떻다더니, 내가 꼭 그 짝이다.

밥 좀 잘 할라고 신경을 쓰는데고 그넘의 밥솥이 따라주질 않는다. 아니 밥솥이 나한테 무슨 억하심정이 있는지..

 

오늘은 기어이 전기압력 밥솥을 고쳐와서 거기에다 다시 밥을 해봐야지. 원래 일 못하는 놈이 연장 나무랜다고. 내가 꼭 그짝일세 그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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