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물봉선

황금횃대 2005. 9. 20. 21:54


 

 

시월이 다가와요

한 열흘 비비적거리면 시월 맞아요

지난 구월은 어르대다 달력을 몇 장 못 맹글었어요

받으면 다들 좋아하는데 그걸 못했으니 나도 맘이 짠해요

시월에는 사진에 있는 물봉선을 달력그림으로 정했어요

9월의 연꽃 그림은 잡지책 접새기 광고 나온데 그려진 그림이랐어요

내사마 창작하는 머리는 안돌아가고 넘으꺼 배끼는것도 헉헉하다 봉깨로..

 

오늘 포도 따러 갈 줄 알았는데 울 시동생이 하루 더 쉬네요

그러면 틈봐서 낮잠이나 좀 늘어지게 자면 좋을낀데 여편네가 부지런은것도 탈이라.

와트만지 스케치북 꺼내 종이를 자릅니다.

형광색 삼십센치 자를 흰 종이 우에 얹어 넣고 반듯하게 칼질을 해서 네등분낼때

아...행복합니데이

종이 짤르는게 뭐가 그리행복하냐고 물으신다면

당신도 함 해보라구 간곡히 말하겠어요

캇터기 칼날의 끄트머리 한 칸을 탁 분질러내고 종이를 자르면

오우...책상 유리면과 종이의 면의 경계가 아슬아슬하게 닿아 잘라지는 그 긴장감을

또 어찌 말로 다 씨부리겠어요

 

오늘 낮에부터 그리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여덟장 그렸세요

한 달전쯤인가? 애인에게 연필깎기를 사달라고 졸랐어요

참 별걸 다 사달라고 조르는 여편네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집모양의 연필깎기를 사서 먼길을 달려왔습디다.

오늘 오전에 그 집모양 연필깎기에다 색연필을 팔십여자루 구멍에 넣고 신나게 돌렸지요

촌여편네가 살림살이는 도끼자루처럼 무디게 살아도

연필 끝 무딘꼴은 또 못봐주며 살아요

 

가지런히, 작은 놈, 키큰 놈 할것없이 모조리 예리하게, 마녀의 신발콧날처럼 뾰족하게 깎았어요

그러고는 물봉선을 그립니다.

내 요량대로, 내 가늠으로, 사진과 비스므리하게 그리는데도 어떤 놈은 통통하니 살찐 꽃이되고

어떤 꽃은 자그마하고, 어떤 꽃은 비루먹은 망아지 궁둥짝처럼 삐이 돌아갑니다. 내가 하는 일도 이러한데 넘한테야 무얼 한결같이 하길 바라겠어요

 

디카로 다 찍어놨는데 USB장치가 윈도우에서 오류가 났다고 사진 옮기기가 안되네요

이건 왜 잘 되다가 안되는고야

 

열어놓은 창문으로 제법 찬 바람이 불어옵니다.

갱년기가 올래나 저녁답에는 무답시 얼굴이 확끈 달아오르는게 나혼자 선풍기 틀며 호닥거렸어요 아무래도 불안해요.

 

기다려 보십시요. 이 많은 물봉선 중에 한 꼬타리 당신에게 날아갈지..

 

나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오프정보를 갖고 있거등요 히히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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