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앞에 엎으러지니 배경이 달라집니다
삽작 입구부터 감잎사구가 팔라당` 굴러다니기 시작하고
이미 구르기 시작한 감잎사구는 떽데구르르르 댓바퀴 굴러다니다 떨어져 퍼질고 누운
따바리 감 옆에 모르는 척, 처억 기대고 앉았습니다
알게모르게 가을은 게릴라처럼 우리의 가심패기에 침투했고 촌아지매야 가을이고 봄이고
앓는 법이 없어 그냥 넘어가지만, 또 바늘 끝 유리조각같이 예민하고 투명한 사람들은
숱아 계절병을 갖다 안길겁니다.
나 들어가면서 계절병이란 것이 심하게 오는 사람도 있고, 나처럼 무디게 그냥 시르륵
촌놈 핫바지 방구 새듯 넘어가는 사람도 있어라. 이렇든 저렇든 간에 너무 아프지 말고
넘어가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지요
멀리 드높은 가을 하늘은 드문드문 뽀오얀 솜뭉치같은 구름을 둥실둥실 매달고 가을운동회
행사 연습을 하는 초등학교 운동장에 작고 큰 그늘을 만들어 주며 이쁜 아이들 얼굴을 가려
주기도 하고, 앙칼진 여자 새임의 목소리도 들려옵니다.
참...오래된 기억이지만 생생한 것이 어릴 적 운동회 할 때는 왜 그리 똑같이 입고 해야 했는지..
흰 상의에 검은 치마를 입고 오랬는데 나는 검은 치마 살 돈이 없어서 엄마가 오래된 빌로드 치마
를 뜯어서 맞주름 치마를 만들어 주었어요. 검은색이라고 다 검은 색이 아니라. 다른 애들은
대충 검은 색인데 내 치마는 빌로드라 윤기가 흐르는 아주 새까만 검은 색이라 다른 아이들보다
눈에 띄였세요. 그래서 그것도 넘보다 튀는 것이 싫어 문방구에서 만들어 파는 것 사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운동회 끝나고도 나는 그 치마 입고 다닐 수 있었으니 차라리 울 엄니
의 판단이 옳은 것 같기도 하고.
아침부터 설렁설렁, 잎을 말리고 열매를 굳게 하는 바람이 불어요
초봄부터 차근차근 잎을 피워내던 느릅나무도 더 이상 새 잎을 내 놓지 않고 작은 씨앗주머니를 이파리 사이에 비즈장식처럼 달아 놓았습니다.
일년 내도록 나무 한 그루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 모습을 매일매일 볼 수 있는 것도 참 복받은 일입니다. 내가 콘크리트 숲에서 살지 않고, 느릅나무 돌감나무 석류에 으름덩굴...이런 것들을 날마다 바라 볼 수 있는 것도 복입니다.
이제 궁댕이 털고 일어나 서서히 명절 준비를 해야합니다. 그 동안 쌓인 먼지도 좀 털고, 차례상 차릴 장도 봐 와야하고.
이틀 전, 허리 아파 질질 울면서 쓴 편지도 부쳐야하고..
이렇게 우리의 가을은 깊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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