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돈도 좋지만...

황금횃대 2005. 9. 14. 01:05

아이고...사람 죽것습니다

매일 늦게까지 작업을 하니까 잠도 모질라고  하루종일 조지앉아 허리 굽혀서 일하니까 등때기가 아파서 아주 쌩몸쌀이 납니다.

 

근데 날씨는 와이리 육실허게 더운지 조금만 박스 만들고 하며 움지락거리면 이마에서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요. 발등에 떨어지면 멍들것어요. 종이 박스 절단면이 어찌나 날카로운지 팔띠기고 다리고 성한 곳이 없네요.

 

포도도 나이를 묵으니까 자꾸 파찌가 많이 나요. 포도 알이 속에서 터지면 그거 파내는데 외과의사는 저리가라입니다. 잘못 가위를 집어 넣으면 멀쩡한 포도알을 찔러서 그거까지 따내야하고 이눔으 포도알은 지 나름대로 찔긴구석이 있는지라 꼭지를 똑 따지 않으면 살이 만신창이로 부서져서 물 질질 흘리며 끌려 나오지 않으려고 앙탈을 부리지요. 하나 따내면 끝인줄 알았는데 그거 따내면 또 옆에 놈이 물이 번져서 터졌지요. 아주 내 속이 터져나갑니다.

 

어떤 시인은 시 한 편 쓰면 얼마라고 말하더만, 나는 그렇게 속터지며 입 돌아가게 한 송이 파서 한 박스 담으면 12,500원입니다. 사 먹는 사람은 그것도 비싸서 못 사먹는 사람도 있겠지만...

발바닥에 밟히는 것이 포도요, 구불러 댕기는 것도 역시 포도알입니다. 초파리가 어디서 몰려오는지 포도냄새를 맡고는 벌떼같이 왕왕거려요. 밤에 불 켜놓고 작업을 하면 박각시 주락시, 온갖 잡녀르꺼 나방들하며 파리 모기에 날개 개미...세상에 작은 날파리 종류가 어찌 많은지 포도 작업하다가 봉지 우에 날아와 앉는 것들의 종류를 살펴보기도 한다지요

 

그러나 이렇게 고달픈 일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천하에 고스방이 포도 작업할 때만은 여편네를 용알(龍卵)같이 받들어 뫼신다지요

"여봉, 박스 좀 갖다 줘요. 여보 이것좀 들어다 조요, 여보 저것 좀 버리고 씻어와요 여보..여보 여보...."

 

 

"에잉, 더러워서. 그렇지만 내가 포도 작업할 때는 참지..."

속으로 그리 생각해도 될 일은 고스방은 꼭 입 밖으로 표현하고 산다지요

가끔 요대기 속에서 내가

"여보 사랑해..이렇게 말해 바바요" 하면 입에 뭔 천근짜리 납덩이를 매단듯 난 못해로 일관하더만 저런 말은 입에 선풍기가 달렸는가 씽씽 잘도 나옵니다. 그럼 포도 끝나면 어쩔건데?

 

돈도 좋지만, 한 보름 이렇게 밤낮없이 일을 항께로 몸이 고달퍼 죽것습니다

어제는 어찌 아픈지 고만 동서는 일해도 들어와 찜찔팩 등때기 깔아놓고 누웠습니다

아퍼서 눈물이 질질 나는데 스방한테 전화를 할 수도 없고 가만히 혼자 뜨/거/운/눈물을 흘리며 통증을 다스렸지요. 먼데 님이 이 사실을 알면 마음이 많이 아프겠지요?

 

이제 씻고 잘랍니다.

끝이 보이는 일이라 꾹 참고 일해야지요

 

일 하다보면 시누형님과 시고모님이 가끔 거들어 주러 오시는데, 옛날 살았던 이야기 들으면 재밋어요. 일 다하고 난 뒤에 들은 이야기 재밋게 구성해서 써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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