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대포집 세째며느리

달 이야기

황금횃대 2005. 10. 20. 20:59

 

 

 

<서울 오씨아자씨께서 디원엑스에다가 에이에프 삼백 이점팔에 두배 콘버터를 붙여 수동으로 4월 23일 음력 삼월 보름날밤에 찍었습니다/이즘 달은 아니지만 그달이나 저달이나 뭐 벨반 다를라꼬요> 

 

 

 

요즘 달이 예쁘다고 말들이 많습니다.

 

제 맘이 예뻐진건 모르고....   속도없이....

 

<요건 서울 사는 김씨아자씨가 구미 계약하고 올라가는 길에 황간 놀러 온다고 기별하는 메일 끄트머리에 써서 보냈습니다. 중년의 남자가 참 이쁘게 말 하시지요?>

 

 

 

가을은 가을 맞는갑소. 저리 이쁜 말들이 옆구리 터져서 나오는걸 보믄..

 

 

오늘 고스방은 오후에 점심 먹고 나가더니 좀 있다가 다시 들어왔세요

와 들어왔는고 하며 창문 너무로 삐꿈이 내다봉께 크락숑을 빵, 눌르며 날 보고 나오라는 신호를 보내요. 옛날 조명기사 하던 내가 그 때 버릇이 남아서 득달같이 뛰어 나강께 뒷쪽 짐칸을 열더니 새 타이어를 두 짝 꺼내요. 오늘 차에 신발을 새로 샀나벼. 그래 내가 노래를 불렀쥬

"새 신을 신고 뛰어보자 폴짝,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네"

그럼씨롱...어? 새 신 샀으니 고스방 한 턱 쏴!

저눔으 여편네는 한 턱 쏘란 소리가 방구 나오는것 만큼 쉽네 하며 퉁방을 줍니다.

그러더니 쟈키를 찾아오래요. 맨날 쓰기는 자기가 쓰면서 날 보고 찾아 내 오라는 버릇도 여전합니다. 한쪽 귀퉁이에서 쟈키를 들고 오니까 차 밑에 받쳐 넣더니 끼르륵끼르륵 차를 들어 올려요

타이어 갈려나? 했더니 라이닝을 갈아 끼운데요 어제 앞 바퀴 갈아 끼우고 오늘 뒷바퀴 갈이 끼우는데 괘히 혼자 할라니 심심허니까 날 불러낸거쥬

 

볼트를 빼는데 차가 앞으로 밀려갔다 뒤로 왔다 헝깨로 돌멩이 주워와서 발통 밑에 공구래요

그래서 벽돌 깨진거 조와서 바퀴밑에 공구고 나니까 오른쪽 뒷발통 라이닝을 어지가히 갈아 끼우고 왼쪽으로 돌아가서 그쪽을 갈아 끼울라는데 바퀴 빼 놓고 라이닝 케이스를 열려구 하니 볼트가 잘 안 돌아가요. 망치로 복스다마 손잡이를 쾅쾅 때리다가 고만 나사가 덜 나왔는데 톡 부러졌어요. 이씨팔...욕부터 대뜸 나옵니다. 좋아도 시발, 나빠도 씨발. 헤헤스마일님이 언제 욕하는 종자는 따로 있는건가..하시더니. 정말 욕 잘 합니다.

 

어제 티비에서 낭만자객 영화를 재방해주는데 거기서도 대사가 팔할이 욕이라. 마루바닥을 걸레로 훔치면서 "어이구 욕 빼면 말이 안되는가 저녀르꺼 종자들은 왜 저래 욕을 하고 지랄이야, 아주 욕 넌덜머리가 나는구만"했더니 고스방이 실쩌기 눈을 내리깔고 저보고 사는 소린가 싶어서 찌리릭 째리봐요 그랬었는데 오늘 또 그럽니다.

 

나사 부러진거 가지고 가서 용접하는 집에 가서 나머지 부분 빼고 카센터 오토바이 타고 가서 볼트 새로 하나 구해 가지고 갖다주니 금방 라이닝을 갈아끼우잖여? 욕 한 마디 안 해도 그거 다 할 수 있는데 습관입니다.

 

그러나 고스방도 저렇게 달보고 뭐라 하던 시절이 있었세요

처음 선 보고 두 번짼가 시번째 만났을 때였어요

대구에서 고스방 만낸다고 회사 일 마치고 황간을 오는데 황간에는 서는 기차가 없어서 영동에 늦게 내렸거등요. 영동에 나를 델러 왔다가 태와서는 황간으로 가는데 영동 주곡리라는 곳을 지나갈 때였어요. 낮으막한 산 우에 보름달이 둥그렇게 떠 있었는데 나는 주끼느라 달도 안 보고 앞 만 쳐다보고 있었는데 고총각이 그래요. 의자를 조금 뒤로 젖혀봐요 달이 기맥히게 이뿌네요

그럼씨롱 내 쪽으로 팔을 뻗어 의자 젖히는 곳이 어딘지를 알케조요. 아...감동 만땅.

 

이렇게 달이 이뿌다고 부러 바라보라고 하는 총각 같으면 살면서 영 쌀벌하진 않겠다. 순진한 츠자는 고만 홰까닥 넘어갔어요 그러고 한 달 후에쯤 결혼을 했으니.

 

달이 이뿌다고 츠자에게 보여주던 총각은 결혼하자 식구들 멕여 살리느라 이쁜 말을 버리고 욕을 달고 삽니다. 먹고 살자니 자연 사람이 과격시러워지는게지 욕을 하더라도 처자식 부모 안 굶게 하는게 장한 일인지...안 그러고는 못 사는건지 생각이 갈래갈래 깊어지는 저녁입니다

 

고스방이라고 뭐 욕하는게 좋겠어요? 뭣이 제 맘에 쏙 들지 않응께롱 헌다는 소리가 우선 쉽고 강렬하고 뱉는 순간 묘한 카타르시스가 제공되니 그렇게 하겠지요

내 눈 감아 주고 귀 막아 줄테니 한 오십까지만 저렇게 살구 오십 넘으면 안 했으면 좋겠어요

 

달이 이쁜게 아니라 스방 맘이 이뻐져설랑......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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