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 딸은 어제 교복 치마를 잃어버리고 체육복을 입고 집에 왔다.
"우짜다가 치마를 잃어버렸니?"
"체육하고 의자 뒤에 치마 걸어 놓고 그냥 지냈는데 없어졌어. 아이들 다 동원해서 쓰레기집하장까지 뒤졌는데 없지 모야 글쎄"
속에서 어떤 년들이 넘의 치마를 훔쳐가는거야? 하는 말이 튀어나올라 했지만 꾹 참는다
그러고는, 니가 얼마나 띨띨하면 치마를 다 가져간다니...이런 말도 꾹 참는다.
"내일 혹시 장난 친다고 숨겨뒀다가 갖다 놓을지도 모르니 기다려 보자"
아침에 학교 갈 때 돈 오만원 꺼내주면서 혹시 치마가 없거든 새로 한 벌 사오라고 이르다.
"오즉하면 허리 삼십인치에 육박하는 네 치마를 다 가져갔겠니 그거 줄여 입을 려면 만만찮을건데"
울 딸은 날 닮아 이렇게 두리뭉실 사이즈가 크지만, 저 가방 청바지 주인집은 아줌마랑 딸이랑 모두 막대기처럼 날씬하다. 그래서 가방을 만들려고 청바지를 뜯어도 평수가 제대로 안 나온다
바지 두벌의 허벅지부분을 잘라 쫘악 펴서 겨우 만화책 댓권 들어갈 가방을 만들다.
치마를 잃고 나는 가방을 만드네
기형도가 아니래도 서글픈 시 한 수 좔좔 쏟아져 나올만 하건만....기형도는 죽었고 나는 시에서 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