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와 호작질

꽃고무신

황금횃대 2005. 11. 4. 15:25

 

 

 

 

꽃고무신 이야기가 아니래요

사람의 기억은 속성이 희안해서 어제 일도 잊어 먹는게 있는가하면, 몇 십년전 네다섯살때 기억도 선명하게 기억 날 때가 있재요

 

옛날 내가 다섯살 때는 대구 팔달교 근방에 살았어요

엄마랑 금호강 모래가 환한 그 물에서 엄마는 빨래를 하고  나는 병주둥이에 피래미를 몰아 넣고 놀았세요. 그 때는 신작로 포장을 하지 않았고 소달구지가 뽀얀 먼지를 일으키며 자갈을 튕기며 덜컹덜컹 많이도 다녔습죠

 

시장가서 플라스틱 소꼽놀이세트를 조르고 졸라서 아주 작은 걸로 한 봉다리 샀는데 엄마랑 나란히 소달구지 뒤에 타고 오면서 그걸 놓고 내렸세요. 집에 와서 찾으니 소꼽이 없었어요 얼마나 울어놨던지..

나는 지금도 화장품 용기 자그마한걸 보면 버리기 아까와 문갑 속에 얼마나 넣어 두었다 결국은 버립니다. 그걸 싸악 씻어서 닦아 놓고는 마음으로 혼자 소꼽을 살아요. 물김치도 담아 넣고, 붉은 화분을 빻아 만든 고춧가루도 담아 두고...

 

꽃고무신, 만화운동화, 색동 저고리...

 

머리 속을 조금만 헤집으면 아련하고 고운 것들이 많아서

가을 볕은 따뜻하기만 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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