쏟아지던 눈들이 그쳤습니다.
박지성이 첫 골 넣는 경기를 재방송으로 보던 고스방은 꼭 보려는 장면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그만 잠에 떨어졌습니다.
오늘 하루 피곤했을겁니다.
눈 위를 운전하자면 얼마나 어깨에 힘이 들어갔겠습니까
나는 오늘 청주에 주부모임 총단합대회가 있어 거길 갔었습니다
충북대학교 개신기념관인가? 거기서 행사를 하는데 나는 조금 앉았다가 빠져나왔어요
어제 청주에 아는 언니랑, 제천에 사는 언니랑 만나기로 사전에 약속을 해놨거등요
세사람이 모이는 모임의 이름은 <틈만사>입니다.
풀이하면, <틈만 나면 만나는 사람들> 뭐 대충 이렇게 해석이 되겠네요
행사장을 유유히 빠져나와 눈보라 속을 걸어서 지인을 만나러 갈 때의 그 충만한 기쁨과 기대감을 어디에다 비유할까? 연애? 흥! 입니다.
청주언니네 가게에 도착해서 서둘러 밥 집으로 이동..맛있는 아구찜과 스끼로 배를 빵빵하게 불리고, 커피 집으로 이동해서 커피를 머그잔으로 가득 마시고 예쁘고 질긴 양말을 선물로 받고, 길에서 세일하는 신발을 바람 속에서 한 켤레 사고...이런 일련의 흐름들이 너무 좋습니다
오늘 같이 눈 내리는 날은 집구석에 가마이 앉았는게 돈 버는 일이라지만, 아닙니다. 밖에 나가서 눈송이와 같이 들고 뛰고 찬 바람을 맞으면 정말 영혼이 상쾌해져요. 거기다 좋은 사람 만나는 일까지 겹치면 말입니다. (집구석에 오래 살아본 사람 이야기라 엥간흐면 맞을게요)
같이 온 일행들은 관광버스로 거의 집까지 다 갔다는데 나는 그제서야 청주를 출발하는 버스에 몸을 올려놓습니다. 맛있는 케잌을 양 손에 번갈아 들어가면서.
<강세님 빵자랑해싸서 나도 자랑함>
대전 와서 집으로 가는 버스를 갈아타려고 기다리는데 버스가 눈 때문에 오질 못해서 내가 타고 가려는 버스는 고만 운행을 안 한데요
아...이걸 어쩌나
근데 표를 물르려니 황간에 사는 아는 사람이 두 사람이나 있어요
초딩학교 교장샘하고, 주유소 여편네.
그래서 교장샘한테는 차비를 못 받고 그 여편네랑 내가 반반씩(그 녀가 오천원을 더 냄)내서 택시타고 황간으로 냅다 달렸습니다.
궁하면 통한다. 아우우우우~~~~
이 무슨 늑대 울음이냐고요? ㅎㅎㅎㅎㅎㅎ
집에 도착해서 케익 내려놓고 가방 집어던지고 저녁 준비하려는데 고스방 전화가 왔어요
<너 어디야?>
<집이지>
네 글자로 묻는 물음에, 자신있게 딱 세 글자로 대답할 수 있는 므흣함..ㅎㅎㅎㅎ
저녁에는 고스방 개띠모임 송년회 한다네요
고스방 먼저 식당에 가 있으라하고 어머님,애들 저녁 차려주고 눈 속을 걸어서 식당으로 갑니다.
망년, 송년 아무리 치뤄도 술 한 잔 안 하는 고스방.
나는 시늉하며 비껴가는 술 상무가 되어서 열심히 잔을 받습니다^^
저녁 먹고 나오니 눈송이는 더욱 거칠게 내리고 노래방에 가서 노래 한 곡 땡기고 가자는 고스방 친구의 말에 다들, <눈 길이 서글프니> 오늘은 이만 돌아가자며 헤어졌어요
혹시나 손님이 있나 하고 주차장을 한 바퀴 도는데 고스방이 급제동을 해요
<아이고 깜딱 놀랬구만 왜 차는 그렇게 세워욧>
그렇게 말을 했는데도 주차장을 빙글 돌다가 또 급제동, 돌다 급제동 이럽니다
그냥 쳐다보니 고스방 하는 말
<어때 자동차 스키 타는 맛이!>
푸핫...자동차 스키랍니다
그래서 나는 또 어제의 다짐을 실천합니다
<자동차 스키 태워조서 고맙습니다^^>
<하여간 너는 자다가도 날 업어 조야 해...>
속으로,
아이 고스방, 일절만 해 주면 차암 이쁘겠는데....했답니다.
그나저나...전라도 지역에 눈이 많이 와서 정말 큰일입니다.
이제 정말 고만 왔으면 좋겠습니다. 눈서리칠 만큼 왔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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