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출근을 서두르는 발걸음과 같이 내렸다
짜지한 눈들이 쏟아지며 차창에 부딪칠 땐 어지럼증이 일었다
'저런 눈이 사람 뒤통수 치는 눈이여 시작은 짜지해도 하염없이 내리걸랑'
눈은 확확 내 눈 안으로 덤비듯 날라들었고, 어쩌다 휴지를 찢은 듯 큰 눈송이가 달려들 땐 움찔 피하며 몸을 흔들었다
순식간에 눈들은 풀들이 스러진 들판을 덮고 산 속 골짜기를 메우더니 드디어는 산등성이 부분까지 하얗게 덮고 말았다. 방송에선 남녘에 내린 엄청난 적설량을 이야기하고, 이야기의 흐름은 전국을 그와같은 크기로 내리겠다고 잔뜩 겁을 주고 있다. 그러다 눈은 잦아 들었고, 언제 그랬냐는 듯 하늘은 파랗게 맑아졌다. 그러나 사람이 눈으로 확인하는 푸른 하늘의 감정과 푸른 하늘이 숨겨 놓은 감정은 사뭇 달랐다. 동짓날 낮시간은 턱없이 짧았고, 해가 지자 푸른 하늘이 숨겨 놓겨 놓은 것들을 풀어 놓았다. 눈은 다시 골짜기를 메우고, 산등성이를 하얗게 덮었다.
밤이 되자 길들은 얼기 시작했다
눈이 녹은 물들이 구정물이 되어 얼었고, 그 위에 눈들이 쏟아져 검은 얼음길을 덮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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